[한경 CFO Insight] 딜리뷰-마켓컬리의 몸값은 몇조일까

지난 2주간의 딜 소식 전해드립니다.

1. 마켓컬리 투자 유치마켓컬리가 수천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마켓컬리의 운영 회사명인 '컬리'의 몸값은 3조원도 거론되는 모양입니다. 대단하죠.

컬리는 2015년 설립해 올해 창업 6년차입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슬아 대표가 만들어서 '샛별배송'과 유명 음식점 상품을 입점시켜서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무섭게 급성장했습니다. 첫해 매출은 29억원 정도였지만 2019년엔 4289억원이 됐고, 작년엔 거의 1조원에 달했습니다. 김슬아 대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을 약 1조원 규모 회사로 표현하면서 연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거라고 밝혔지요. 마켓컬리의 공식 입장은 꼭 미국은 아니고 한국 미국 양쪽 모두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몸값 말인데요. 이 회사의 작년 순손실은 1162억원입니다. 작년에는 약 1조원(9523억원) 매출에 순손실이 그 10% 정도인 셈입니다. 컬리의 상장을 주관하는 것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인데요. 최근 모건스탠리를 통해서 상장 전에 투자유치(프리IPO)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규모나 밸류에이션은 정확하게 정해놓지 않은 상태로 여러 제안을 접수해 보는 것 같습니다. 작년 5월에도 2000억원 투자유치를 받았는데 그 때 밸류에이션은 9000억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 투자유치 과정에서는 3조원도 부른다는 후문입니다. 이건 분명히 쿠팡효과죠. 쿠팡이 연매출 14조원(2020년)인데 현재 뉴욕증시에서 787억달러(88조원)니까 1조원 매출 컬리도 단순계산으론 6.2조원, 시장 열위임을 고려해서 좀 깎아도 3조원은 될 거라는 얘기죠. 상장하면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여길 것입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쿠팡과 컬리가 같으냐 다르냐 하면 또 많은 이들이 견해가 엇갈립니다.

쿠팡의 로켓프레쉬,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쓱닷컴 모두 자기만의 강점이 있지요. 컬리의 장점은 뛰어난 '기획력'입니다. '교토마블' 식빵이라든가 하는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클릭 하나로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처음엔 대단한 감동이었습니다.

단점은 '확장력'입니다. 쿠팡과 같은 IT 기반과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 등을 컬리는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컬리가 현재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확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쿠팡이 그렇게 하기 위해 들었던 비용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답니다. 그러니까 3조원은 보기에 따라 적정 밸류에이션으로도, 너무 과도한 밸류에이션으로도 보이는 것입니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해 (한때지만) 몸값 100조원에 이르자,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은 잇달아서 상장을 추진하거나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NHN의 쇼핑몰 솔루션을 담당하는 '고도'도 증권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고 합니다. 티몬은 작년까지 거래소에서 '적자라서 상장 안 된다'는 싸인을 받고 증자를 하러 돌아다녔지요. 지금은 거래소가 그런 말 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11번가와 무신사도 별도로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합니다. 요즘 e커머스 시장의 움직임을 김진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2. 글로벌 차원에서 전쟁 벌이는 '네이버 vs 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가 연일 M&A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 CFO Insight에서는 김채연 기자가 네이버가 웹소설 회사 '왓패드'를 인수하니까 이번엔 카카오가 '래디쉬'를 인수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는데요. 며칠만에 또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인수전에서 격돌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문피아는 2002년에 설립된 국내 웹소설 플랫폼인데요. 국내 웹소설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외하면 여기가 짱입니다. 카카오는 일본 시장에서 웹툰 플랫폼 '픽코마'로 1등을 하고 있습니다.그 픽코마를 보유한 카카오재팬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서 5000억원을 유치하고 있는데요. 기업가치 7조원 이상을 인정받을 것 같습니다. 가끔 이런 게 낯설게 느껴집니다. 네이버가 '라인' 메신저로 일본 시장을 장악했다거나, 카카오가 웹툰으로 1등을 했다든가.. 주모 여기 국뽕 한사발... 아무튼 좋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들 플랫폼의 힘이 무엇일까, 콘텐츠 공급자들은 어떤 보상을 받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참, 2주 전 딜리뷰에서는 'W컨셉'이라는 여성 패션 쇼핑몰을 신세계가 샀다는 것을 말씀드렸는데, 이번에는 카카오가 또 다른 여성 패션 쇼핑몰 '지그재그'를 샀답니다. 지그재그 처음 들어보시죠. 저도 처음 들었는데 옆에 김채연 기자가 저한테 그러네요. "선배, 선배는 모르는 게 당연하죠. 10대들이 쓰는 건데요." 아..네.

3. 유니콘 된 스마트스터디, 센드버드, 지그재그

핑크퐁으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가 1조원 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이 됐습니다. 기업은 언제 유니콘이 되는가? 그것은 '투자자가 그렇게 인정할 때'입니다. 마치 집값과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거래되는 집의 실거래가가 10억원이라면, 그 나머지 집들도 모두 10억원으로 모두들 생각하지요. 스마트스터디가 이번에 산업은행과 푸른자산운용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들이 인정한 스마트스터디의 몸값이 1조원 이상이었으므로 이번에 유니콘이 됐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스터디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삼성출판사의 주가는 한경 마켓인사이트 보도가 나가자마자 수직 상승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B2B메신저를 하는 센드버드가 또 유니콘이 됐다고 발표했고요. 또 그 다음에 나온 카카오가 인수한 지그재그도 1조원이니 유니콘입니다. K-유니콘 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죠.

10억달러(약 1조원) 유니콘이 이제 너무 흔해지다 보니 유니콘 말고 뭐 다른 이름 없나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있냐고요? 그럼요 있습니다. 100억달러(약 10조원) 데카콘, 1000억달러(약 100조원) 헥토콘 뭐 그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유니콘처럼 입에 착 붙지는 않네요. 10조원은 좀 크고.. 1, 3, 5, 10 이렇게 가는 게 우리의 숫자 개념이니까 이제 3조원을 부를 무슨 이름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4. SK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

SK그룹 얘기가 딜리뷰에 빠진 적이 거의 없지요. 2주에 한번 쓰는데 한번에 몇개씩 SK 딜 얘기를 써야 하니 아무튼 대단합니다. (SK 카카오 네이버 없으면 이 코너 안 돌아갈 것 같아요.) 이번에도 SK(주)가 전기차 충전기 회사 시그넷EV를 2900억 주고 샀다는 발표가 있었고요. 또 SK그룹은 베트남 마산그룹의 유통전문 자회사인 빈커머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빈커머스는 베트남에서 2300여개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소매시장 1위(점유율 50%) 회사입니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도 큰 뉴스였지요. SKT로서는 통신업과 다른 분야, 특히 SK하이닉스 등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SK는 SK이노베이션 아래 윤활기유 회사 SK루브리컨츠의 49% 지분을 매각 중인데, IMM PE가 유력 후보로 떠올랐습니다(변동 가능성도 아직 조금 있습니다).

IB를 쓰지 않는 이들의 행태가 일면 이해되기도 합니다. 개별 건건으로 이 흐름을 이해할 수 없고,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손발이 필요할 테지요. 특히 최근 티맵모빌리티 투자를 유치하고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는 과정에는 SK텔레콤 하형일 코퍼레이트2센터장과 송재승 기업개발그룹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5. M&A로 크고 M&A로 휘청이는 도시바

한경 마켓인사이트의 '기둥'이었다가 일본 특파원으로 활약 중인 정영효 특파원이 도시바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소개했습니다. 덩치 큰 거인 같던 도시바는 최근 영국계 PEF CVC캐피털에서 2.3조엔(약 24조원)에 '사겠다'는 콜을 받았는데, 콜 받은 뒤 구루마다니 노부아키 도시바 사장이 갑자기 사임을 했답니다.

2006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느라 6.2조원을 쓴 도시바는 그러나 재무적으로 어려워졌는데, 이를 감추려 오랫동안 분식회계를 한 것이 2015년 드러났죠. 2017년 자본잠식에 처하게 되자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60여곳의 헤지펀드에 지분을 내주고 증자를 받아 자본을 채웠습니다.
그러나 헤지펀드들이 사사건건 경영진과 대립하면서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갑니다. 이에 구루마다니 사장이 CVC를 데려왔는데, CVC재팬 회장이던 그가 '친정을 개인 백기사로 끌어들인다'는 평이 나왔다는 겁니다. 타국의 이야기지만, 남일 같지 않습니다. 도시바의 이야기 한 번 읽어보실 만 합니다.

6. 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씨티은행이 결국 소매금융 철수를 공식화했습니다. 빈난새 기자, 김대훈 기자, 정소람 기자 등 금융부 기자들이 쓴 기사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19일 이사회를 열어 사업 재편 방향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통매각, 사업부문별 매각, 그냥 철수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통매각은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사업부문별로 쪼개도 과연 주인이 나올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HSBC 때는 그냥 남은 계약을 할인해 넘기는 방식으로 철수했는데 이번에 씨티는 그보다는 다소 크기 때문에 최적의 방법을 찾는 데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7. 이외의 딜들

이외에도 크고작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아웃백스테이크가 다시 한 번 매물로 나왔습니다. 작년에도 매각을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한 번 매각이 중단됐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540억원, 170억원(2019년)에서 2979억원, 235억원(2020년)으로 늘어난 회사입니다. 올해는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쌍용차는 결국 회생절차를 개시했습니다. 쌍용차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한바닥인데, 참 안타깝습니다만 돈을 댈 주체가 마땅치는 않은 분위기입니다. 지금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곳 중에는 무슨 '케이팝(K-POP)모터스'라는 둥 전혀 현실성이 없는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런 글에서도 본인들의 이름이 거론되니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효과는 있습니다만, 쌍용차로서는 참 착잡한 일입니다. 2주 뒤에 또 뵙겠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