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탁기, 월풀의 마지막 텃밭도 뺏었다"…美 본토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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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전자, 미국 세탁기 공장 증설 발표
세계 주름잡던 '월풀'과 격차 더 벌려
프리미엄급 이어 보급형마저 평가 1위
"수년간 매출 두 자릿수 증가"
"LG 세탁기가 월풀(Whirlpool)의 마지막 텃밭마저 뺏었다!"(2021 미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

토마스 윤 LG전자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LG 세탁기는 미국 고객들의 선택을 받으며 지난 수년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해왔다"며 "테네시 공장 증설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미국 시장의 전례 없이 높은 수요에 대응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시장에서 LG 세탁기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과 업계 등에 따르면 2019년 ▲삼성 19.1% ▲LG 17.2% ▲월풀 15.7%였던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2020년 말 기준 삼성과 LG 모두 20~21%, 월풀이 14%대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900달러 이상에 속하는 프리미엄급에선 삼성과 LG의 점유율이 30%에 육박한다.월풀이 위기감을 느끼는 건 그나마 우위에 있다고 봤던 보급형 세탁기마저 LG에 밀리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올 초 LG전자의 '교반식 세탁기'를 해당 부문의 새로운 1위 제품으로 선정했다. 그동안 월풀이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부문이다. 교반식 세탁기는 세탁조 안에 교반봉(Agitator)이 돌아가는 구조의 보급형 봉돌이 세탁기로 프리미엄 제품인 드럼 세탁기, 통돌이 세탁기와 함께 미국 세탁기 시장을 각각 30%대 점유율로 3등분하고 있는 주요 제품군이다.
LG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교반식 세탁기를 출시하지 않다가 지난해 9월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사 대비 교반봉의 구조 디자인과 모션 제어를 개선한 제품을 선보였다.그동안 교반식 세탁기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상하 움직임이 부족해 세탁물이 깨끗하게 세척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바꿨다. 그 결과 LG전자의 교반식 세탁기는 컨슈머리포트가 평가한 교반식 제품 중 유일하게 '세탁 성능' 부문에서 만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세이프가드에 따라 미국은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2년차에는 각각 18%와 45%, 3년차에는 16%와 40%의 관세율을 적용키로 했었다.LG전자가 미국에 지은 첫 생활가전 공장인 테네시 세탁기공장은 현재 드럼, 통돌이, 교반식을 포함해 연간 1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증설 투자는 크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