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아, 렌터카 플랫폼 ‘멀리가는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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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렌터카 회사들에 ERP 무료 제공플랫폼 전성시대다. 음식배달부터 중고품 거래, 의류 구매, 구인구직, 집 구하기 등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으로 불가능한 게 거의 없다.
불만 제기하는 고객 리뷰 중점 관리
렌터카 차량 배달 서비스 시행
렌터카도 예외가 아니다. 렌터카 회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여럿 등장했다.렌터카 가격 비교 앱 카모아는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된 ‘멀리가는 마케팅 전략’을 선택했다. ‘기술 소외 시장’에 있던 중소 렌터카 회사들의 사업 방식과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한편, 렌터카 고객들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함으로써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멀리가기로 했다.
카모아의 선택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8년 5억원이던 거래액이 지난해 161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4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회원 수 78만 명, 앱 누적 다운로드 수 88만 건, 누적 예약 15만9000건을 기록중이다.
상황 1 “렌터카 실시간 예약 어렵다”
도전 1 ERP 솔루션 개발, 무료 제공
렌터카 시장은 장기, 중기, 단기로 구분된다. 장기 렌터카 시장은 대기업 두 곳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단기 렌터카 시장은 1000여개 중소 렌터카 회사들이 경쟁중이다. 단기 렌터카 시장 규모는 연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중소 렌터카 회사 한 곳당 연 매출이 14억원인 셈이다. 이처럼 매출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중소 렌터카 회사들은 렌터카 실시간 예약을 위한 시스템 개발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중소 렌터카 회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앱을 통한 실시간 예약이 어렵고 전화를 걸어서 예약을 해야 한다. 박영욱 카모아 CPO(최고제품책임자, Chief Product Officer)는 “중소 렌터카 회사들도 앱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고객의 전화를 받아서 화이트보드나 엑셀 프로그램에 기록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카모아는 기술 소외 시장에 있던 중소 렌터카 회사들의 경쟁력을 키워 주기로 결정했다. 박 CPO는 “다른 렌터카 플랫폼들이 시도 자체를 포기했지만 협력사들의 발전이 카모아의 발전이란 판단으로 함께 멀리가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2년 동안 71가지 기능이 포함된 중소 렌터카 회사 전용 ERP(전사적자원관리) 솔루션인 ‘카모아 파트너스’를 개발해 협력사들에 무료로 제공했다. 중소 렌터카 회사들은 카모아 파트너스를 통해 차량 관리, 예약 관리, 직원 관리, 매출 관리, 차량 배달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돼 매출이 늘었다.박 CPO는 “카모아 임직원들은 협력사 상황을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입사 전 협력사에서 한 달 이상 일한다”며 “이런 노력이 효과를 발휘해 처음엔 플랫폼에 대한 오해와 의심을 가졌던 회사들도 함께 성장하자는 진심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현재 카모아는 전국 56개 지역, 435개 렌터카 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카모아를 통하면 이 렌터카 회사들의 차량 3만3000여 대를 이용할 수 있다.
상황 2 “렌터카 회사 믿을 수 없다”
도전 2 고객 불만 리뷰 중점 관리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렌터카’를 원한다. 그래서 사용자 후기(리뷰)를 찾아본다. 박 CPO는 “다른 렌터카 플랫폼들은 일부 지역만 커버하거나 렌터카 회사의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카모아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중소 렌터카 관련 리뷰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정보 비대칭으로 렌터카 회사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카모아는 렌터카 이용 후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들의 리뷰를 중점 관리했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광고성 후기가 아닌 실사용자 후기라며 신뢰했다.
카모아는 차량 상태, 직원 친절도, 고객 응대 방식 등에 대한 이용자들의 칭찬과 불만을 가감없이 협력사인 중소 렌터카 회사들에 전달했다. 그리고 문제점 개선을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박 CPO는 “한 협력사의 경우 고객의 쓴소리를 서비스 개선의 계기로 삼아 매출이 수천만원 이상 늘어났다”며 “고객의 불만을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협력사들에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상황 3 “렌터카 회사 찾아가기 힘들다”
도전 3 차량 배달 서비스 시행
렌터카 회사는 차량 여러 대를 운영하기 때문에 넓은 차고지를 갖춰야 한다.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도심은 차고지 비용이 비싸서 외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이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렌터카 이용이 불편해진다.카모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 배달 서비스’를 만들었다. 렌터카 예약 시 앱이나 웹을 통해 선택한 장소에서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카모아 고객 중 80%가 차량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다.
카모아를 통해 믿을 수 있는 렌터카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박 CPO는 “신규 고객 유입 경로 중 ‘지인 추천’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편리한 가격비교와 신뢰할 수 있는 실사용자 후기로 인해 카모아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지인들에게 카모아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렌터카 시장 규모는 2019년 7조7000억원에서 2025년엔 2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모아는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카모아는 현재까지 여러 투자회사에서 총 13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 중 한 투자회사와의 인연으로 권오현 삼성전자 전 회장이 카모아를 직접 방문했다.권 전 회장은 저서(초격차: 리더의 질문)에서 ‘빨리갈 것인가, 멀리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박영욱 CPO는 “권 전 회장의 화두가 카모아의 ‘멀리가는 마케팅 전략’을 잘 설명해준다”며 “무조건 많이 파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협력사들을 지원해 서비스 수준을 높임으로써 고객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빨리’ 성장하려고 전력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 및 고객들과 함께 ‘멀리’ 가겠다는 것이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최근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되면서 ‘온라인 리뷰’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구전’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구전’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오프라인 구전이 보통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주변의 지인들에게만 전달되는데 비해, 온라인 구전은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다. 또한, 오프라인 구전이 보통 ‘말’로 전해지는데 비해 온라인 구전은 ‘텍스트’로 저장되어 사라지지 않고 더 넓게, 더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서비스 산업에서 온라인 리뷰의 영향력은 더욱 강력하다. 왜냐하면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성(intangibility)’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그 품질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지 않은 서비스를 구매할 때 높은 심리적 불안감을 가진다. 만약 해당 서비스의 가격이 비싸고, 자주 구매하지 않는 서비스라면 지각된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이 때 소비자들은 해당 서비스의 품질을 추론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긍정적 지지, 즉 온라인 리뷰를 적극 활용한다. 긍정적인 온라인 리뷰의 수가 많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이고, 인기가 많은 이유는 품질이 좋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론한다. 다시 말해, 온라인 리뷰가 서비스 구매의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렌터카 역시 전형적인 서비스 산업이다. 물론 자동차 자체는 제조업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이 렌터카 서비스를 통해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여행, 혹은 출장 중에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것이다. 또한, 렌터카는 자주 구매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지각된 위험이 높다. 자칫 렌터카를 잘못 선택할 경우 애써 준비한 여행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때문에 렌터카 서비스 이용자들은 다른 소비자들의 온라인 리뷰를 적극 참고한다.
카모아 역시 온라인 리뷰를 자사의 마케팅 활동에 적극 활용하였다. 그 중에서도 카모아가 소비자의 ‘부정적 리뷰’에 집중적으로 대응한 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소비자들은 같은 점수의 리뷰 평점이라 하더라도, 부정적 정보에 더욱 민감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들이 정보처리과정에서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기 때문이다.
마케팅 학계에서도 이미 온라인 리뷰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구체적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온라인 리뷰의 수, 평점 분산의 크기, 평점 분포의 형태(단일 vs. 양극), 리뷰 내용의 종류(일면 구전 vs. 양면 구전) 등 온라인 리뷰는 최근 마케팅 연구의 주요 영역 중 하나이다. 카모아처럼 온라인 리뷰가 소비자의 선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마케터라면 이와 같은 구체적 연구 결과들을 찾아 자사의 마케팅 전략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온라인 구전 정보(사용 후기)부터 찾아보는 소비자들이 많다. 몇 년 전 이뤄진 한 조사에 따르면 제품 정보 탐색 시 구전 정보에 의존하는 소비자 비율이 45%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와 온라인 구매의 확산으로 이 비율은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사용 후기’에 의존하는 이유는 자신보다 앞서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의 ‘진실한 평가’를 듣고 싶어서다. 다만 사용 후기를 읽은 소비자가 그것이 진실한지 여부를 쉽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온라인 구전 정보의 익명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 후기를 자주 읽다 보면 ‘홍보성 후기’인지, 아닌지를 감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런 안목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후기의 진실성 보다 ‘후기의 유용성’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진실성을 따지기 어렵다면 자신에게 유용한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국내·외 여러 연구들의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구전 정보의 유용성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요인은 ‘구전 정보의 방향성’과 ‘구전 정보의 주장 유형’이다.
구전 정보의 방향성은 긍정과 부정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부정적 구전 정보(제품·서비스의 문제점 지적 및 사용 후 불만족)가 긍정적 구전 정보(제품·서비스의 이점 및 사용 후 만족)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보고하고 있다.
부정적 구전 정보의 영향력이 큰 것은,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 판단할 때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부정 편향(negativity effect)’ 때문이다. 부정 편향은 사람들이 부정적 정보가 긍정적 정보보다 진단에 도움이 된다(diagnostic)고 느끼기 때문에 생기게 된다.
이런 점에서 카모아가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들의 리뷰를 중점 관리한 것은 매우 적절한 전략이다.
온라인 구전 정보의 유용성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인 구전 정보의 주장 유형은 사실적 구전 정보(제품에 대한 객관적 정보)와 평가적 구전 정보(제품에 대한 주관적 느낌)로 나뉜다. 사실적 구전 정보가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수월해 주관적 해석이 개입된 평가적 구전 정보보다 효과적이다. 즉, 소비자들이 사실적 구전 정보를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 다만 상황과 조건에 따라 평가적 구전 정보가 우세할 수도 있다. 트위터처럼 이용자간 유대감이 약한 상황에선 사실적 구전 정보가 효과적이지만, 페이스북과 같이 이용자간 유대감이 강한 상황에선 평가적 구전 정보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카모아의 경우 이용자들이 차량 상태, 직원 친절도, 고객 응대 방식 등에 대해 구전 정보를 남겼다. 사실적 구전 정보와 평가적 구전 정보가 모두 존재한 것이다.온라인 구전 정보 전성시대를 맞아 구전 정보 관리는 마케터의 매우 중요한 업무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적 구전 정보를 접하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을 먼저 하게 된다. 그래서 수정하거나 삭제할 방법을 찾기도 한다. 모두 빨리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혼자서 빨리’가는 회사보다 ‘모두 함께’가고자 하는 회사에 더 마음을 기울인다. 이제는 카모아 사례처럼 조금 늦더라도 부정적 구전 정보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구전 정보의 주장 유형이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효과적인지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관리 방법도 고민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