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버디 29개…'돌아온 천재' 리디아 고, 3년 만에 우승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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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롯데챔피언십‘골프 천재’ 리디아 고(24)가 부활했다. 리디아 고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 섬의 카폴레이G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28언더파 260타를 적어내 공동 2위 그룹을 7타 차로 따돌리고 완승했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 7타 차 이상의 우승 기록은 2018년 7월 손베리클래식에서 9타 차로 우승한 김세영(28) 이후 2년9개월 만에 나왔다.
2위 그룹 7타 차로 따돌려
최종 28언더파 260타
"내 운명 이미 정해졌다고 믿어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
올 준우승도 두 번…상금 1위
박인비·김세영 공동 2위
여전히 소렌스탐·우즈보다 빨라
리디아 고는 2018년 4월 열린 메디힐챔피언십 이후 3년 만에 LPGA투어 16번째 우승을 신고했다. 1997년생인 리디아 고는 10대였던 2016년까지 투어 14승을 쓸어 담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에게 견줘도 뒤지지 않는 초반 스퍼트였다. 하지만 이후 우승을 쌓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2018년 15승째를 올렸고 16승을 쌓기까진 다시 3년이 필요했다.리디아 고는 “(우승에 대한) 내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었다”며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심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승권 밖의) 위치에 있을 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었다. 이렇게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그의 방황이 길어지자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2017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용품 업체와 계약했고 캐디, 코치까지 한꺼번에 바꾸면서 흔들렸다. 2018년 메디힐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펑펑 울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으나 더 깊은 바닥으로 내려가기 위한 짧은 상승곡선에 불과했다. 2019년 하반기 12개 대회에선 20위 안에 한 차례도 들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기량을 끌어올린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 전까지 4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두 차례 차지하며 시동을 걸었다. 출전한 다섯 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이다. 이번 대회 결과를 포함해 시즌 상금랭킹에서도 1위(79만1944달러)로 올라섰다. 11위인 세계랭킹도 다음 발표에서 10위 안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재정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리디아 고의 우승 적립 속도는 여전히 우즈,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1·은퇴)보다 빠르다. 우즈는 만 24세였던 2000년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16승을 달성했다. 소렌스탐은 만 27세에 세이프코클래식에서 16승 고지를 밟았다. 리디아 고는 오는 24일 24번째 생일을 맞는다.
전성기 시절로 돌아온 ‘버디 사냥꾼’
리디아 고는 나흘 내내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나흘 동안 버디 29개를 쓸어 담는 동안 보기는 단 1개로 틀어막았다. 위기 때마다 보여준 파 세이브 능력, 찬스를 절대 놓치지 않는 ‘버디 사냥꾼’ 모습도 10대 시절 그대로였다.리디아 고는 나흘 내내 그린 적중률 88.9%(64/72)를 기록하는 동안 라운드 평균 퍼트 수를 27개로 막았다. 정규 타수로 공을 올렸을 때 퍼팅 수(GIR Putting)는 1.58타에 불과했다.최종라운드를 앞두고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전성기 시절 위력을 보여줬다. 3번홀(파4) 버디로 시동을 건 그는 9번홀(파4)부터 4연속 버디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파5홀인 14번홀과 17번홀에서 버디 2개를 더 추가해 경쟁자들의 추격 의지를 꺾은 뒤 18번홀(파4) 파로 경기를 마쳤다.
박인비(33)와 김세영, 넬리 코르다(23·미국), 리오나 매과이어(26·아일랜드)가 공동 2위에 올랐다. 2라운드까지 16언더파를 적어내 ‘동남아 돌풍’을 일으킨 유카 사소(20·필리핀)는 3, 4라운드에서 주춤해 최종합계 19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