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졸업요건…서울대도 '벤처 요람' 만든다

윤곽 드러낸 서울대 창업대학원

이희범·진대제·서정진 등 설립자문
창업 이론·전문가 멘토링 교육
서울대가 창업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창업대학원 설립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대 창업대학원에는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등 국내 유수의 기업가들이 설립 자문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IT·바이오 신산업 거두들이 자문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내년 하반기 신입생 선발을 목표로 서울 관악캠퍼스에 창업대학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 노하우와 기업가 정신을 전수할 최고 전문가들이 설립자문단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대 총동창회장인 이 전 장관을 단장으로 한 ‘서울대 창업대학원 설립자문단’에는 진 대표(전 정보통신부 장관)와 서 명예회장, 변 회장 등 정보기술(IT)·바이오업계의 거두들이 참여한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김분희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등 벤처 관계자들도 자문단에 포함된다. 이들은 이달 초 “제2의 벤처붐을 서울대에서 일으킨다”는 목표 아래 한 차례 모임을 했다.

설립자문단과 별개로 설립추진단도 구성됐다. 경영대 공대 자연대 의대 사회대 등 다양한 분야의 서울대 교수들이 뭉쳤다. 한 서울대 교수는 “단과대 간 ‘사일로 현상(조직 내 부서들이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극복하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창업대학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2년제 석사과정으로 운영될 창업대학원은 졸업 이수 조건이 논문이 아니라 창업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커리큘럼에는 창업학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서 필수적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과목이 개설될 예정이다. 1년차에 창업 이론 등을 배우고 2년차에는 본격적으로 학내외 전문가들이 학생의 창업을 돕는다. 창업한 학생이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할 수 있는 ‘데모데이’도 열 계획이다.

창업대학원 설립추진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원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바이오 관련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교내의 약대, 자연대 교수와 교외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등이 팀을 이뤄 멘토링을 해주는 식”이라며 “‘맨땅에 헤딩’이 아니라 종합적인 준비를 거쳐 창업 실패 위험을 대폭 줄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기존의 창업대학원과 다르게 운영될 서울대 창업대학원에 글로벌 벤처투자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업 지원보다 교육에 방점

서울대 창업대학원 설립안은 지난해 학내 주요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평의원회에서 나온 제안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평의원회 정책과제 연구팀은 “대학사회에서 창업교육과 지원은 세계적 움직임이 됐다”며 “대학 내의 창업교육과 지원은 학생과 교수의 발전, 대학의 발전, 나아가 사회의 발전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창업대학원을 단순한 창업 지원이 아니라 창업을 위한 종합교육기관으로 키울 예정이다. 서울대 기존 조직에서 창업 보육(액셀러레이팅) 및 창업 지원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창업과 관련한 교육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대는 본부 산하에 창업지원단, 산학협력단 산하에 지식재산전략본부 창업지원부, 기술지주회사 산하에 에스-이노베이션센터 등의 창업지원조직을 구축했다. 그러나 창업 관련 교과목은 공대, 경영대 일부에만 각각 10여 개 개설돼 있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평의원회 차원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