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官보다 전문가"…달라진 로펌 인재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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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고객 요구 갈수록 다변화대형 로펌들이 현장 실무 전문가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대외 관계 관리를 목적으로 고위공무원 등을 형식적으로 영입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갈수록 변화무쌍해지는 기업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실질적 지식으로 무장한 ‘알짜’ 전문가 영입에 공들이는 추세다.
과거엔 대관업무용 고위직 많아
최근 지식 갖춘 현장전문가 선호
ESG 연구팀 만들고 인재 영입
모빌리티·핀테크 분야도 각광
최근 강화되는 전문가 영입 분야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올해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두 번째는 모빌리티·핀테크 등 신산업, 세 번째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한층 강화된 규제 분야다.
ESG·신산업 법률자문 강화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장은 이달 초 한진현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고문으로, 김수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연구위원으로 영입했다.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임기를 마친 뒤 광장으로 옮긴 한 전 차관은 에너지 전문가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과 국무총리실 저탄소사회정책관 등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김수연 연구원은 일찌감치 ESG를 연구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광장은 이들을 주축으로 한 ‘ESG 지속가능경영 연구원’을 설립했다.법무법인마다 ESG 법률자문 전담팀 규모도 키우고 있다. 세종은 30명 규모인 ESG전문팀을 확대해 ‘ESG센터’로 발족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세종 관계자는 “상반기에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추가로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율촌은 ‘ESG 연구소’를 작년 말 설립하면서 소장으로 이민호 전 환경부 정책실장을 영입했다. 화우도 비슷한 시기 ‘ESG그룹’을 꾸렸다. 정진수 화우 대표변호사는 “ESG 개념이 다소 모호하고 관련된 사업 범위도 넓은 만큼 기업 자문 수요가 매우 많은 상황”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 및 에너지 부문 전문가를 계속 영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정보기술(IT)이 집약되고 있는 모빌리티 부문도 강화했다. 이광범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원장과 강영일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작년 말 연이어 고문으로 영입했다. 광장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용석 광장 대표변호사는 “IT, 보안 전문가 2~3명 영입을 추진 중”이라며 “ESG와 함께 핀테크, 블록체인 등 IT와 접목한 금융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등 규제에 선제 대응”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과 관련된 전문가는 이미 ‘귀한 몸’이 됐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고경영자(CEO)가 징역까지 살 수 있고 법인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작업 중지 등과 같은 조치를 받게 된다. 기업 경영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기업들의 로펌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이에 따라 율촌은 최근 박영만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담당 국장을 영입했다.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는 “박 국장은 의사 출신 변호사로, 의료와 산업안전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산재 부문 전문가로 손꼽힌다”며 “중대재해법은 사후 조치보다 사전 대응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인력을 계속 보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규제입법 현황을 전문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팀을 신설한 로펌도 있다. 세종은 올해 초 ‘입법전략자문팀’을 구성하면서 장대섭 국회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오종한 세종 대표변호사는 “규제 동향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기업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화우도 최근 이종후 국회예산정책처장을 고문 및 선임컨설턴트로 영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화된 과잉 입법이 로펌들의 전문가 영입 경쟁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석/남정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