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광풍' 알고 보면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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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딜레마 빠진 정부아슬아슬한 수위로 치닫고 있는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광풍에 정부가 ‘특별단속 카드’를 꺼내들었다. 불법거래 연루가 의심되는 이상거래를 잡아내고, 암호화폐거래소의 이용약관이 공정한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19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대금은 20조원을 넘어서 유가증권시장을 또 뛰어넘었다.
소관부처는 돌고 돌아 국무조정실
6월까지 불법행위 특별 단속 '엄포'
국경 없이 24시간 거래되는 시장
투기 경고하지만 규제할 방법 없어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불법행위 등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6월까지 정부 차원의 특별단속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암호화폐 출금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의심거래에 대한 감시·보고를 강화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암호화폐거래소의 불공정 약관을 바로잡고,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은 외환거래법 위반 사례 단속을 강화한다. 경찰은 암호화폐 불법행위 유형별로 전담부서를 세분화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굳이 특별단속이란 이름을 붙일 것도 없는 맹탕”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불법행위는 처벌한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국경 없이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상 자발적으로 고위험을 감수하며 뛰어드는 개인들을 정부가 막을 방법도 없다.
이날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거래대금(오후 4시 기준)은 23조9749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15조1722억원)보다 58% 많았다. 비트코인의 ‘김치프리미엄’은 다시 20%를 넘었다. 해외 시세 대비 20% 웃돈이 붙을 만큼 매수세가 몰렸다는 뜻이다.정부는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이나 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의 각종 영업행위에 대해서도 사실상 ‘불개입’을 유지해 왔다. 금융위에는 암호화폐 담당 부서조차 없다. 업계에선 “암호화폐에 관한 업권법(法)을 제정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런 조치가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 정부의 공통된 딜레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