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맥주시장 '테라의 반란'…어떻게 성공했나

장경영 산업부 선임기자
‘고객의 마음을 얻어라.’

마케팅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래서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그럴 리가. 한 걸음만 들어가면 간단치 않다. 고객의 마음이 천인천색이라서다. 때론 가성비를 따진다. 그러다 가심비를 들먹이기도 한다. 어쩌다 충동적이다. 이런 탓에 마케팅엔 ‘정답’이 없다.마케터에겐 정답 없음의 다른 말이 ‘기회’다. 개별 상황과 조건에 맞는 ‘해답’을 내놓으면 능력자가 될 수 있다. 마케팅의 해답을 찾는 데 다른 기업의 사례만큼 좋은 참고자료는 없다. 매주 월요일 한경 CMO 인사이트가 전하는 마케팅 케이스스터디(사례분석)의 핵심 메시지를 추려 소개한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경쟁사에 맥주 1위 자리를 내준 뒤 고전을 거듭했다. 브랜드에 새 옷을 입히는 리뉴얼을 여러 번 하고 한정판 맥주도 출시했지만 하락세를 막기는 어려웠다.

내부 고객 대상 '동영상 마케팅'

장경영 선임기자
상황을 역전시킬 한방이 필요했다. ‘대한민국 대표맥주’를 만들자는 목표로 신제품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우선 ‘내부 고객’의 마음부터 얻어야 했다. 임원을 위한 2분41초짜리 동영상을 제작했다. 동영상은 1933년 대한민국 최초의 맥주회사로 출발해 맥주 시장 1위 브랜드가 됐지만, 달라진 소비자의 입맛과 더욱 늘어난 경쟁자로 위기에 처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임원들에게 ‘침묵을 깨자, 용기를 내자, 변명을 멈추자, 변화를 시작하자, 최초의 맥주로 기억되지 말자, 최고의 맥주로 다시 태어나자’고 호소했다. 임원 대상 동영상 마케팅은 성공을 거뒀다. 임원들의 지지를 받아 맥주 신제품 ‘테라’를 개발했다.

두 번째 내부 고객은 영업사원들이었다. 2019년 3월 하이트진로 영업사원 2000여 명을 한자리에 모아 테라 출시 설명회를 열었다. 마케팅실장 오성택 상무의 프레젠테이션은 수년째 ‘맥주 2등’으로 억눌려 있던 영업사원들의 사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다시 1등 찾자” “이거(테라) 물건이다” 같은 기대 섞인 파이팅이 터져 나왔다.

내부 고객에 이어 곧바로 외부 고객(맥주 소비자)의 마음을 얻었다. 역대 맥주 중 가장 빠른 속도로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했다. 판매 속도가 너무 빨라 출시 두 달 만에 맥주 부족 사태를 겪을 정도였다.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 16억5000만 병(500mL 기준)을 돌파했다. 1초에 26병씩 판매한 셈이다.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 비결로는 ‘시대상을 반영한 맥주’라는 마케팅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미세먼지의 시대, 인공을 거부하는 시대여서 소비자들이 환경과 천연, 자연에 관심이 많다고 진단하고 ‘청정라거’를 핵심 콘셉트로 잡았다.

테슬라·테진아 '줄임말 효과' 주목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의 거의 모든 맥아를 연구한 끝에 호주산 청정 맥아를 찾았다. 제조공정상 청정을 유지하기 위해 발효 과정에서 자연 발생한 탄산만 사용하는 ‘100% 리얼탄산’ 공법을 적용했다.

마케팅 실행 과정에서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은 하지 말자 △제품이 곧 마케팅이다 △대중의 눈높이보다 딱 반 발짝 먼저 △디테일과 완성도를 위한 ‘끌로 파는’ 노력 등의 원칙을 고수한 점도 성공 배경이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정함, 리얼탄산 등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집중 부각하고 브랜드 간 차이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주는 ‘초록색병’을 사용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의 ‘줄임말 효과’도 마케팅 성공에 기여했다. 천 교수는 “테슬라와 테진아 같은 신조어를 활용해 새로운 습관적 구매를 유도한 것은 소비자의 행동을 잘 이해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줄임말의 생성 동인인 모방심리와 언어 유희성 추구 심리가 테슬라와 테진아에서 확인된다”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한 번 들으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이름을 고심하는 마케터는 줄임말의 생성 동인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하이트진로 케이스스터디 기사 보기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4095058i?viewmode=clean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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