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무리수' 남양 불매·영업정지까지…자책골에 또 위기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에 효과" 홍보했지만
식약처, 광고법 위반 고발…세종공장 영업정지 판정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끊이지 않는 논란…불매운동 장기화
사진=연합뉴스
'불가리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마케팅'을 시도한 지 한 주 만에 남양유업이 전방위 역풍을 맞고 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이어지던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다시 불 붙었다. 마케팅 직후 반짝 급등했던 주가는 비난 여론과 함께 되레 뒷걸음질쳤다. 게다가 전체 매출의 40% 물량을 생산하는 세종공장은 2개월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남양유업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 현장 모습. [사진=남양유업 제공]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 16일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2개월간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사전 통보를 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과 관련해 최고 수준의 처벌이다.

앞선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 측이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한 게 발단이 됐다.

처음엔 좋았다. 일부 매장에서 불가리스가 품절 사태를 빚고 주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이 직접 나서 제품을 접촉시키는 방식의 연구 방법으로는 코로나19 예방 및 사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연구가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점, 심포지엄과 남양유업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남양유업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 홍보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관련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한다. 위반시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남양유업은 식약처가 고발 조치한 뒤인 16일에야 입장문을 내고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세종시는 같은날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결정해 사전통보했다. 세종시는 열흘 이상의 의견 제출 기한을 거쳐 최종 처분을 확정하게 된다.

이번 결정으로 불가리스뿐 아니라 세종공장에서 생산되는 우유, 분유, 치즈류 등 제품이 모두 두 달간 생산을 멈추게 돼 남양유업 실적에 직격탄이 불가피하게 됐다.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전사 매출의 약 4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경쟁사들이 (세종공장 영업중단으로) 반사이익 수혜를 받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 후 불매운동 시작

2013년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 당시 모습. 사진=한경 DB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와 함께 한동안 잠잠했던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한다는 '대리점 갑질’ 사태로 시작된 소비자 불매운동이 이번 사태로 공론화하는 움직임이다.흔히 맘카페라 불리는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불매운동을 하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소비자들은 바코드를 비추면 남양제품 여부를 알려주는 사이트 '남양유없' 관련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남양유업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제조사를 잘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취하자 '가려내기'에 나선 것이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태로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했지만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온라인에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글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앞서 2009년과 2013년에도 경쟁사 비방글을 올려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논란 등도 기업 이미지 악화에 일조했다.

지역 커뮤니티 만큼 남양유업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 곳은 주식투자를 비롯한 재테크 카페였다.

주가가 급등한 14일 남양유업에 대해 한 누리꾼은 "남양은 기업윤리가 문제 될 기업"이라며 불매 중임을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이같은 마케팅은 누구 아이디어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고점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연이은 자책골에 작년 실적 적자 전환…주가도 추락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반복되면서 남양유업의 실적과 주가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489억원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대리점 갑질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인 2012년(1조3650억원)과 비교하면 30% 넘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전환해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가 추락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말과 비교해 주가(보통주 기준)는 65.2% 추락했다. 시가총액 중 약 4420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불가리스 연구 결과 발표 이후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보다 8.6% 뛰어 장을 마감했다. 이튿날에는 장중 한때 28.7% 치솟았으나 연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결국 5.1% 하락해 장을 마쳤다. 이후 재차 논란이 확산하며 주가는 약세를 이어갔고, 19일 주가는 연구결과 발표 전날(12일 종가 35만원)보다 6.3% 낮은 32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 남양유업의 '무리수' 마케팅이 주가를 부양해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외국계 뮤추얼펀드 브랜디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엘피에 대한 견제구였단 일각의 분석을 감안하면 되레 자책골이 된 셈이다.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2013년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기화됐다"며 "이번 마케팅 역시 폐쇄적 경영시스템에서 내부에서 제대로 된 의견 개진이 어려웠기 때문에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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