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부산교대·부산대 통합 논란

부산 10년 내 초등학생 40% 이상 감소…교대 졸업생 임용률 뚝
"초등교육 전문성 무시" vs "융합 교육 경쟁력 강화"
초등 교원을 양성하는 부산교대와 종합대학인 부산대가 19일 통합 방안 논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하지만 총동창회를 비롯해 학생, 교사단체 등이 통합에 반대 목소리를 외치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두 대학이 추진하는 진정한 학교 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대학은 현재 부산교대 캠퍼스를 유·초·중등·평생교육을 아우르는 교육특화캠퍼스로 발전시킨다는 비전을 가지고 본격적인 통합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대학 통합의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있다. 부산만 하더라도 향후 10년 이내에 초등학생이 40% 이상 감소한다.

초등 교원 채용인원이 감소하면서 교대 졸업생 임용률이 떨어지게 된다.

과거 거의 100% 취업이 보장되던 시절이 있었던 교육대학도 정원 감축과 재정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대학교 입학생 수는 2006년 6천235명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해 2013년부터 3천8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교대 초등교원 시험 임용 합격률을 보면 2017년 83.3%, 2018년 73.7%, 2019년 64.8%, 2020년 72.7%, 2021년 64.6%로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인다.

다른 지역 교대의 초등교원 시험 임용 합격률도 비슷한 실정이다. 부산교대와 부산대는 지난해 통합을 전제로 공동발전방안과 종합교원양성체제방안을 연구해왔다.

부산교대는 연구 결과 설명회, 교수회의 찬반 투표 등 통합을 위한 절차를 밟아왔다.

부산교대와 부산대 통합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총동창회와 학생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교대 총동창회는 "고등 교육은 교과 중심이고 초등 교육은 전인교육을 하는 특수성을 지닌다"며 "종합대학과 교대의 통폐합은 초등교육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영희 부산교대 총동창회는 "통폐합과 관련해 학생과 동문 간 충분한 토의가 이뤄지지 못해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며 "학교 구성원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 오세복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부산교대 학생회도 19일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방적인 통합 추진은 졸속 행정"이라며 통합에 반대했다.

부산교사노조는 성명을 내고 "초등교육 현장에서는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담당하면서 전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학생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을 돕고 전인적 성장을 이끄는 교원을 양성해야 하는데 부산교대와 부산대 통합 MOU에서는 그런 목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정 국민의힘 부산시당 대변인도 성명에서 "종합대학과 통합으로 교육대학 관련 투자가 이전보다 축소될 우려도 있다"며 "교육부는 교원양성체제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두 학교는 졸속 행정을 멈추고 통합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교대는 "현재 교육대학은 산업사회 초기 모델로 종합적 소양을 갖추고 학문적 기반을 쌓아나가는 교원 양성체제로서 한계가 있다"며 "21세기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가는 초등교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종합대학에서 초등교원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통합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교대는 "부산대와 통합하면 예비초등교원의 비교과 활동 폭이 확대되고 다양한 세계관과 학문관을 가진 학생들과 교류하는 등 장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부산교대는 부산교대 캠퍼스를 유·초·중등·평생교육을 아우르는 교육특화캠퍼스로 발전시키고 통합 이후 초등교육 복수전공을 불허하는 것을 통합 전제로 내세웠다.

부산교대 관계자는 "교육대학 박사과정을 설치하고 교육전문가·행정가를 양성하는 교육 메카로 발전시키고 초등교육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단과대학생에게 초등교육 복수전공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통합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이 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부산대도 부산교대와 통합에 적극적이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초등교사도 종합대학에서 융합적인 학문을 배워야 한다는 게 많은 연구자 생각이고 통합 논의가 잘 되면 부산교대 학생과 교수, 지역 초등교육에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두 학교 통합의 최종 모습은 앞으로 논의에 달려 있고 그 논의 내용은 당연히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