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격 대신 비율로 종부세 걷자는 여당

실정 만회한다며 대책 쏟아내
부작용 간과하면 실패 반복뿐

정의진 경제부 기자 justjin@hankyung.com
여당도 참 다급한 모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니 말이다. 이해는 된다. 여당은 지난 4년간 평등과 공정, 정의를 내세우며 정부와 함께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집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했다. 부동산 민심을 잃은 여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선거에서 졌으니 부동산 실정(失政)에 분노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특효약이 필요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 수정안에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거나, 조세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가격 기준 상위 1~2% 주택 보유자로 조정하자는 내부 검토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을 소유한 이들에게 부과된다. 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는 ‘상위 1~2%’ 종부세 부과 방식은 과세 기준을 ‘가격’이 아니라 ‘비율’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당초 취지와 달리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비율로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금 부과 대상을 ‘상위 몇%’ 등의 비율로 정하는 방식은 조세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위험한 제도라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세계의 모든 세금은 ‘가액’에 매겨지지, 비율로 부과되는 사례가 없다”며 “상위 몇%에게만 의무적으로 종부세를 거두면 조세의 틀 자체를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세의 기본 원칙은 ‘세원은 넓게, 세율은 낮게’인데, 가뜩이나 부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강했던 종부세 부과 대상을 상위 1~2%로 못박으면 조세 저항이 폭발할 것”(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이란 지적 역시 세금의 보편성 원칙을 무시한 여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종부세 상위 1%는 공시가격 기준으로 15억원 이상, 시가 기준으로 20억원 이상 주택이다. 상위 2%는 공시가격 12억원 이상, 시가 15억~16억원 이상이다. 입법권자들이 기준을 상위 1%로 하고 싶으면 공시가 15억원 이상으로 정하면 된다. 만약 2%를 원한다면 12억원 이상으로 규정하면 될 일이다. 염두에 두는 것과 실제 법령에 명문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간 부동산 정책이 실패 판정을 받은 만큼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 구호보다 과학적 검증과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새로 나올 정책이 지난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처럼 구호만 요란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