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기준 12억땐 20여만 가구 빠져…재산세 감면도 크게 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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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 종부세 부과 9억→12억으로 상향 가닥종합부동산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도입된 세금이다. 고가주택에 세 부담을 높여 주택 가격이 뛰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 첫해엔 기준이 9억원이었으나 2006년 6억원으로 낮춰지고 세대별 합산 개념이 도입됐다. 2008년 세대합산이 위헌판결을 받아 2009년부터는 인별과세로 전환되고 기준도 다시 9억원으로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올해 종부세 제도를 바꾸면 12년 만에 개편되는 것이다. 그간 종부세 부담이 과도할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징벌적 세금이란 지적에도 끄떡하지 않다가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뒤늦게 부동산 실정을 인정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격앙된 민심에 놀란 당정, 12년 만에 종부세 제도 '수술'
고령자·장기보유자 공제 확대도…다주택자는 제외될 듯
세법 개정 '속도'…4년간 꿈쩍않다 대선 우려에 서둘러 개편
○종부세 대상 얼마나 줄어드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살펴보면 종부세가 부과되는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52만5000가구다. 전체 공동주택의 3.7%에 이른다. 서울만 놓고 보면 6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제도를 도입할 당시 1~2%에 불과하던 과세 대상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여당에서 1~2% 수준으로 다시 과세 대상을 줄이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당정이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이면 종부세 대상자는 20만 명 이상 감소하게 될 전망이다. 공시가격 9억~12억원 구간의 공동주택은 26만7000가구인데 다주택자가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전체 공동주택 중 종부세 부과 대상 공동주택 비중은 1.9%로 낮아진다. 이를 통해 제도 설계 취지에 맞게 종부세가 상위 1~2%에 대한 세금이 된다는 게 여당 안팎의 생각이다. 15억원까지 높이면 부과 대상은 1.1%까지 낮아지지만 급격한 상향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당정은 이와 함께 1주택자를 위한 종부세 공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거주 기간을 고려해 90~100%까지 종부세를 공제해주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현재는 보유 기간과 세대주 연령에 따라 최대 80%까지만 공제된다.
○재산세 부담도 낮아진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 강화 기조를 견지해왔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세금으로 억누르겠다고 판단해서다. 2019년 0.5~2.0%였던 1주택자의 종부세율을 0.5~2.7%로 크게 높였다. 지난해에는 다시 종부세법을 개정해 올해 세율은 0.6~3.0%까지 높아졌다.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던 당정이 갑작스레 기조를 전환한 것에 대해선 최근 재·보궐선거 패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금 부담이 과중해진 서울과 부산에서 벌어진 시장 선거에서 참패하자 내년 대선 가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여당이 정책기조 전환에 나섰다는 것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부세 완화에 “민의를 살펴보겠다”고 말한 것도 선거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또 당정은 7월 이전 지방세법을 개정해 재산세를 0.05%포인트 감면해주는 상한선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올릴 방침이다. 이 경우 재산세 감면 대상이 전체 주택의 96.3%로 크게 늘어난다.당정은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 완화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을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과 기준액을 상향하더라도 2주택자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급격한 부동산 정책 변화 기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이 종부세를 완화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대책은 전환이 아니라 보완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당정 간 회의를 통해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조미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