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으로 의료AI의 지평을 넓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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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원장인공지능(AI)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의 AI도입이 활발하다. 기존 인력, 예산, 시스템으로는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극대화라는 근본 목표와 신속성, 효율성, 편리성, 경제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들은 현재 원내 여러 임상과 진료지원부서에서 요구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개별 구축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이 영상진단 보조시스템, 진료프로세스 개선, 유전체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정밀의료, 일부 과에 적용되는 ‘Speech to Text(STT)’ 등이다.
서울성모병원과 은평성모병원은 충실한 전자의무기록 입력이 가장 큰 과제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 수련교육 지침준수, 효율적 보험청구, 주 52시간/80시간 근무시간 준수를 이행하는 동시에 양질의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서다. 전자의무기록에는 환자의 외래, 입원, 투약, 처치, 수술, 병리진단 결과 , 영상검사결과, 동의서, 진단서 등 환자와 관련된 모든 자료가 저장된다. 따라서 전자의무기록의 정확성과 안전성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 뿐만 아니라 각종 의료관련 안전사고와 빅데이터 구축에 직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무기록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환자의 수, 각종양식, 입력되는 기록양, 입력사항, 새로운 약물 등이 급증하여 의무기록이 불충실해질 수밖에 없다. 즉 대부분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치료 도중에 많은 양의 진료기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입력을 최소화하거나 잘못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사항들을 누락하게 된다. 더구나 약물투입시 잘못된 처방입력으로 의료사고를 야기하기도 한다.이렇게 의료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본업인 환자치료보다는 의무기록에 사용해 환자들의 진료시간은 짧아지고 진료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잘못 입력된 의료 정보나 기록은 의료 빅데이터 구축 시 활용이 불가능해 중요한 의료 데이터 자산이 사장된다.
서울성모병원과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이러한 전자의무기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진료나 수술, 처치가 끝난 후 데스크톱에 타이핑으로 기록하는 기존의 시스템 대신 현장에서 진료행위 내용을 블루투스 마이크를 통해서 녹취하면 전자의무기록에 자동으로 입력되게 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3년 전부터 스타트업과 공동 개발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다만 현장에서 모바일로 모든 의료행위 내용을 녹취해 전자의무기록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입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첫째, Voice EMR은 병원의 적극적 협조가 없으면 완성될 수 없다. 서울성모병원과 은평성모병원은 같은 소속병원이지만 하드웨어와 통신환경이 다르며 사용하는 의료용어와 자연어, 약어가 다르고 입력하는 시스템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각 병원만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여 딥러닝시키는 것이 필수다.
둘째,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스템의 높은 기술적 완성도가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같은 의료용어도 의료진에 따라 영어 의료용어, 한국어 의료용어만을 사용하기도 하고 영어와 한국어를 혼용하는 의료진도 있다. 또 현장에서는 상당한 소음이 있으며 여러 의료진이 동시에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상황에서 녹취내용을 강력한 보안하에 정확하게 입력하기 위해서는 95%이상의 인식율과 소음차단, 화자분리기술, 개인음성 정보 확인 등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과 은평성모병원은 의료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진료행위를 녹취해 전자의무기록에 입력하게 되면서 의료진의 입력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입력이 정확하게 되고, 입력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보다 많은 시간을 환자 진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처방 입력오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놀라운 효과가 확인됐다. 현장에서 사용한 Voice EMR의 고무적인 결과는 이미 인공지능의 미래가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절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