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포기 마라” 전세계 '씨티맨' 소비자금융 철수 반대 목소리

한국씨티은행이 17년 만에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서 철수를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을 접기로 하자 전 세계의 금융계 전·현직 '씨티맨'들이 반대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금융의 미래가 달린 아시아 시장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주장에 반응이 뜨겁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링크드인에는 최근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철수 결정에 반대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글쓴이는 철수 예정지가 몰린 아시아 지역 씨티은행 출신 금융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글은 적게는 20~30개, 많게는 300개 이상의 댓글을 받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링크드인에서는 씨티그룹의 로고에 하트 모양을 합성한 그림과 '#한 번 씨티는 영원한 씨티(onceCitialwaysCiti)'라는 해시태그도 공유되고 있다. 씨티그룹에 대한 소속감을 되새기고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 담겼다.


이들은 씨티그룹이 아시아 지역에서 40년 넘게 쌓아온 소비자금융 브랜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글쓴이는 "금융, 특히 소비자금융의 미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고 있다"고 적었다. 홍콩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일했다고 밝힌 한 글쓴이도 "몇 년 후 경영진이 바뀌면 씨티그룹은 다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금 팔아넘기는 가격의 3배를 줘야 할 것"이라며 "그동안 아시아에서 쌓아온 씨티은행의 인력과 문화, 유산은 값으로도 매길 수 없다"고 했다. 씨티그룹은 1980년대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에 진출해 현지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코어뱅킹, 분할 상환 대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앞선 소비자금융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씨티은행이 1989년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1990년에는 '24시간 365일' ATM을 도입했다.

소비자금융 사업을 포기할 게 아니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직 씨티맨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옛날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은행의 후선 부서를 50%, 지점을 80% 없애고 직원 임금도 3년 간 25%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대신 '데이터' '플랫폼'에 집중한 '새로운 씨티'를 구축하고 젊은 직원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현직 씨티맨들의 거센 반발에도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철수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프레이저 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앞을 내다보고 승자가 되려면 솔직하게 스스로를 평가해야 한다"며 소비자금융 중단 결정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프레이저 CEO는 지난 16일 한국, 호주, 중국, 대만,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폴란드, 바레인 등 13개국에서 소비자금융에 대한 출구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중 10개국이 아시아권이다.

빈난새/정소람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