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허상이었나…광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규모 논란

고성능 컴퓨팅 88.5PF→20PF로 변경…광주시, 순위 집착 '눈살'
광주 인공지능(AI) 집적단지에 구축 중인 국가 데이터센터 구축 규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세계 10위권' 규모에 집착하지만, 사업 계획 변경이나 적용 형태에 비춰 실상은 그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돼 불신을 키우고 있다.

2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광주 첨단 3지구에 3천억원을 들여 2023년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사업비 가운데 2천100억원은 민간 참여자인 NHN이 투자한다. 컴퓨팅 연산 능력 88.5PF(페타플롭스), 저장 용량 107PB(페타바이트)를 구축해 스타트업, 중소·중견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의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지원하게 된다.

88.5PF는 1초에 8경8천500조번의 부동(浮動) 소수점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광주시는 연산 능력 기준으로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팅 시스템인 한국 과학기술 정보연구원의 누리온 5호기의 25.7PF(2010년 11월 기준 세계 21위)보다 뛰어난 세계 7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구축 계획이 변경되면서 실측 수준은 광주시의 홍보 내용에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슈퍼컴퓨터는 구축 규모 못지않게 실측 성능도 중시한다.

NHN은 애초 설계된 88.5PF 가운데 20PF만을 고성능 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HPC) 전용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나머지 66.5PF는 다른 시스템을 적용한다.

현재 구축 예정인 20PF는 세계 2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7위에서 23위로 후퇴한 셈이다.

더욱이 광주시는 '세계 10위권' 목표에 구체성이나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업 계획 변경 사실을 알렸다. 손경종 광주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은 "구축 후 성능 측정은 NHN과 협의해 판단할 예정이어서 실측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전체 구축 규모(88.5PF)는 여전히 국내 최대, 세계적으로 10위권 안에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