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22조 물렸다?…끝나지 않은 '아케고스 악몽'

WSJ, 아케고스 관련 크레디트스위스 위험노출액
2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
유럽 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캐피털과의 거래로 20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케고스와 관련한 크레디트스위스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20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22일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아케고스가 계약한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의 명목금액(notional exposure)을 기준으로 했다. 지난 6일 크레디트스위스는 아케고스와 관련된 손실이 44억 스위스프랑(약 47억달러·5조2000억원)이며 이를 1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발표보다 최종 손실액이 더 늘어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크레디트스위스는 답변하지 않았다.

토마스 고트슈타인 크레디트스위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아케고스가 마진콜 위기에 처한 다음에야 사태의 위중함을 파악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태가 불거지기 전만 해도 크레디트스위스는 아케고스를 대형 고객으로 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아케고스의 잠재적 위험에 둔감했던 이유는 위험관리 시스템 부재였다. 파생상품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크레디트스위스는 부분 도입한 상태였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 봄 중 아케고스를 이 시스템으로 관리할 계획이었으나 그 전에 사건이 터졌다. 소식통은 “아케고스가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급변동했기 때문에 감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크레디트스위스가 위험을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이 감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었다. 아케고스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재빠르게 블록딜 등 피해를 최소화화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국계 유명 펀드매니저인 빌 황이 설립한 아케고스는 TRS를 활용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 뉴욕증시에 상장한 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TRS를 활용하면 투자자는 수수료만 내고 투자수익을 받아갈 수 있다. 빌 황은 TRS로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보유 자산보다 5배 가치가 있는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케고스가 TRS로 집중 투자한 미 비아콤CBS 등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마진콜이 발생했고 아케고스는 사태 수습에 실패했다. 아케고스 사태는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파산 이후 최악의 헤지펀드 사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