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세포만 골라 찾아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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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셀비온, 진단제·치료제 상용화 추진전립선암은 발병률이 높은 남성암으로 꼽힌다. 악성도가 높고 다른 장기로 전이가 자주 발생해 치료가 까다롭다. 주로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치료 반응이 떨어지는 ‘거세저항전립선암’이 나타난다. 호르몬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는 쪽으로 암이 바뀌는 것이다.
진단제, 임상 2·3상 돌입 예정
치료제, 이달초 임상1·2상 시행
표적 진단제·치료제 병행 활용땐
특정 부위만 선택 치료 가능
최근엔 거세저항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 방식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PSMA는 전립선 세포 표면에 주로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게 PSMA 표적 치료의 원리다.곽철·정창욱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팀은 바이오 벤처기업 셀비온과 함께 PSMA 표적 진단제인 ‘PSMA-NGUL’과 치료제 ‘PSMA-DGUL’의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이 진단제와 치료제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 뒤 이 기술을 이전받은 셀비온이 임상 시료를 생산해 비임상을 마쳤다. 사람 대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진단제는 임상 1상을 마치고 임상 2·3상을 앞두고 있다. 경쟁 진단제인 ‘PSMA-11’과의 비교 연구에서 더 뛰어난 진단 성능이 입증됐다고 서울대병원은 밝혔다. PSMA-NGUL을 주입한 환자들은 경쟁 진단제 대비 신장, 침샘 등 다른 장기에선 진단제 흡수율이 낮았지만 병변에서는 진단제 흡수율이 높았다. 영상 촬영 시 전립선암이 전이된 부분의 색이 더 진하게 나타나 보다 확실한 진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 핵의학회저널에 게재됐다.
치료제는 이달 초 임상 1·2상에 들어갔다. 임상 참가 환자들은 6주 간격으로 4회 치료를 받게 된다. 동물실험에서 경쟁 치료제인 ‘PSMA-617’보다 치료 효과가 우수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새 치료제의 분자구조가 더 단순해 다른 장기에서의 체외 배출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SMA 표적 진단제와 치료제를 같이 활용하면 진단과 동시에 특정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게 가능하다.강 교수는 “기존엔 진단 시 불소 등을 활용하고 치료에는 PSMA-617을 이용해 진단과 치료가 불일치했다”며 “진단과 치료에서 같은 계열의 표지자를 활용해 ‘테라노스틱스(진단+치료)’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국내 거세저항전립선암 환자 상당수가 외국에 나가서 PSMA 치료를 받고 있다”며 “국내에서 더 우수한 기술로 환자들이 PSMA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