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 힘들다는데…"여행사 숫자는 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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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협회중앙회 1분기 '사업체 현황조사' 결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관광·여행업종의 개점휴업 상태가 1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행사 등 관광사업체가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21일 발표한 2021년 전국 관광사업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관광사업체는 전년 동기 대비 153개가 늘었다. 직전 분기인 2020년 4분기(10~12월)보다는 224개가 증가했다.
지난해 여행·외국인 도시민박업종 사업체 감소
여행업 1/4분기 증가세 전환 "업계 현실 왜곡"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각국의 여행·입국제한 조치로 1년째 매출이 거의 없는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업계 현실과는 완전 다른 결과다. 단순히 업종별 등록업체 숫자만 조사하는 중앙회 통계가 고사위기에 놓인 업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사업체 현황은 관광진흥법 제43조에 의거해 중앙회가 매 분기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관광협회를 대상으로 파악해 발표한다. 조사대상은 진흥법상 관광업종에 속하는 여행업과 관광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국제회의업, 유원시설업, 관광편의시설업 등이다.
도시민박·유원시설 줄고, 호텔·야영장은 늘고
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전체 관광사업체는 3만7363개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3개가 늘었다. 여행업이 280개, 유원시설업이 123개 줄어든 반면 숙박업(95개)과 국제회의업(70개), 관광객이용시설업(97개), 관광편의시설업(292개)은 증가했다. 관광객이용시설업 중 야영장은 차박, 캠핑 등 인기에 힘입어 1년 새 164개가 급증했지만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110개가 줄어 대조를 보였다.1년 새 123개가 준 유원시설업은 올 1분기에만 81개가 줄어 2557개로 집계됐다. 올 1분기 전체 관광업종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종합과 일반, 기타 등 3개 유원시설업 중 기타 유원시설이 86개 줄고, 대형 테마파크가 속한 종합시설은 1개가 줄었다.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는 거리두기 방역조치 장기화로 타격을 입은 키즈카페, 실내놀이터 등 소규모 유원시설이 결국 줄폐업 사태를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관광업종 가운데 코로나19 최대 피해업종인 여행업은 올해 들어 사업체 수가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2만1835개로 조사된 여행업은 여행 및 입국제한 조치가 본격화한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 말까지 1년간 280개가 줄었다. 특히 내국인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국외여행업이 1년 새 319개 급감했다. 관광진흥법상 여행업은 국외여행업 외에 내·외국인 대상 국내외 상품을 모두 공급하는 일반여행업, 내국인 대상 국내여행만 제공하는 국내여행업 등 3개로 나뉜다.
관광업계 대표기관이 "업계 어려운 현실 왜곡"
논란의 대상은 올해 들어 188개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 여행업 분야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2만1647개이던 3개 여행업종은 올 1분기 기준 2만1835로 188개가 증가했다. 일반여행업은 67개, 국외는 42개, 국내는 79개가 각각 늘었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 관계자들조차 "업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며 통계의 신뢰도를 문제삼고 있다. 단일 여행사가 업종 겸업이 가능한 상황을 반영하지 않아 통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중앙회 조사에는 국내와 국외여행업에 등록된 여행사가 1개가 아닌 2개 사업체로 반영된다는 것이다.관광업계를 대표하는 기관인 관광협회중앙회가 관행에 젖은 정밀도가 떨어지는 통계 결과를 무책임하게 외부에 공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 이번 통계 발표로 중앙회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부 새로 여행사를 설립한 경우도 있겠지만, 해외여행이 사라진 상황에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가 국내여행업을 추가한 것이 대부분일 텐데 통계가 이러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여행사를 나온 여행업 종사자들의 창업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신규 여행사 설립보다는 기존 여행사의 업종 추가와 변경 수요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한 중소 여행사 대표는 "국제회의기획업은 최근 온라인 행사가 늘면서 IT기업의 업종 등록이 늘고 있다는 얘기를 늘었지만 여행업은 전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왜 시사점이나 설명도 하나 없이 오히려 업계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 조사결과를 그대로 내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중앙회 현황조사 발표에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전 협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중앙회 사업체현황 통계는 자체적으로 업계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국가승인통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체부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국세청 통계상에서도 올해 여행사는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중앙회가 어떤 조사자료를 근거로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는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