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삼성은 강력한 라이벌" 경계…정작 삼성은 위기감

"삼성 경쟁력은 인재" 찬사에도
총수 부재·美中패권 악재 '곤혹'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를 창업한 모리스 창 전 회장(사진)이 삼성전자에 대해 “강력한 경쟁상대”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2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창 전 회장은 지난 21일 대만에서 열린 한 포럼 강연에서 “웨이퍼 제조 분야에서 TSMC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삼성전자”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관심을 끌지 못하던 삼성전자가 ‘두려운 경쟁상대’에서 ‘강력한 경쟁상대’로 점점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 전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위협적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2강 구도’가 굳어지면서 TSMC의 긴장감이 고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1분기 추정치)은 1위 TSMC가 56%, 2위 삼성전자는 18%로 격차가 상당하다. 하지만 최첨단 제품을 제조하는 10㎚(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선 60%(TSMC) 대 40%(삼성전자)의 구도가 자리잡은 상태다.

창 전 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쟁력으로 ‘맨파워’를 꼽았다. 그는 “한국 인재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등이 대만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반도체산업 경쟁력에 대해선 평가절하했다. 창 전 회장은 “중국 정부가 20년 넘는 기간 반도체산업에 수백억달러를 보조했음에도 TSMC보다 제조 기술이 최소 5년 이상 낙후돼 있다”고 말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그렇게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외부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내부에선 위기감이 상당하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 총수 부재 상황, 성과급과 관련한 직원 반발 등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1년 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