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 살아있는 오늘이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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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아침에 눈을 뜨면 잠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 하나 재미있는 일이 없다고 느낀다면, 눈을 떠서 새로운 날을 맞이한 것이 사실은 굉장한 기적이고 두발로 일어나 샤워하고 빵과 계란 그리고 따뜻한 커피까지 먹을 수 있다면 황제의 삶이다. 황량한 사막의 카페에 홀연히 나타난 뚱뚱한 여인이 마치 광야에서 온 구원자처럼 삶에 절망한 사람 하나하나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 그 여인도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마술쇼가 펼쳐지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Out of Rosenheim, Bagdad Cafe, 1987>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잔소리 없이 조용히 웃어주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 무지개처럼 세상을 변화시킬 최고의 마술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 요약>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지대의 라스베이거스 끝단 66번 고속도로상에 위치한 인적도 드물고 찾는 사람 또한 많지 않으며 황사 섞인 바람이 수시로 드나들고 군데군데 구조물들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여행자를 위한 ‘바그다드 카페’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모든 것이 절망적인 가게 주인 브렌다(CCH 파운더 분)는 오늘도 삶에 지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여행 중 남편과 싸운 후 무거운 트렁크를 든 육중한 몸매의 독일 여자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 분)이 찾아오면서 두 사람은 운명처럼 만난다.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한 낯선 동거의 시간에서 점차 야스민의 따뜻한 마음과 신기한 마술쇼로 점차 카페의 사람들은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야스민은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관심과 친절을 베풀자 모두들 존재감을 되찾고 암울한 일상에서 눈부신 행복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관전 포인트>
A.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특징은?
@호텔 주인 브렌다: 무능력한 남편을 내쫓은 후 애 딸린 미혼 아들, 철없는 딸을 건사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여성으로 야스민을 만나 새로운 생의 활력소를 찾고 집을 나갔던 남편까지 환하게 반겨준다.
@방문객 야스민: 독일 로젠하임에서 남편과 미국 남부를 여행 중 결별 후 찾아든 ‘바그다드 카페’에서 숙박 손님이지만 다양한 군상들과 친해지며 틈틈이 익힌 마술을 선보여 손님들의 인기를 끌게 되지만 노동비자가 없어 독일로 돌아가게 된다.
@화가 루디 콕스(잭 팰런스 분): 3류 화가지만 야스민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려 카페에 붙여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나중에 다시 돌아온 야스민에게 정식으로 청혼하게 된다.
@브렌다의 아들 살라모: 싱글 대디로 아기를 키우며 피아노 연주를 유일한 낙으로 살고 있다. 평소 어머니 브랜다의 질책을 받다가 방문객 야스민이 진심으로 자신의 연주를 경청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 배낭여행자: 부메랑을 날리는 이름 모를 청년은, 야스민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는것을 암시하는 존재로도 그려진다. B. 바그다드의 유래?
현재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는 티그리스강의 휘감은 이 도시는 4대 고대 문명 중에서도 가장 큰 영광을 빛낸 메소포타미아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바그다드는 서기 762년 아바스 왕조의 수도가 되었다.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세헤라자데의 이야기 <천일야화>, 모험왕 <신드바드> 가 있다. 바그다드의 남쪽에는 하늘의 뜻을 거역하고 천상에 이르는 탑을 짓다가 스스로 몰락한 ‘바벨 탑’의 전설과 고향을 잃은 유대인들이 울음 섞인 노래(Rivers of Babylon)를 부르게 한 성스러운 강이 있다.
C. 야스민이 브렌다의 마음을 움직인 사건은?
생활에 시들어 절망적인 삶을 살고 있는 브렌다를 위해 야스민은 브렌다의 사무실과 건물 곳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싱글 대디인 아들의 피아노 연주를 눈을 감고 진지하게 경청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딸 필리스에게는 자신의 옷을 입어보게 해주고, 카페에 오는 다양한 손님들을 마술을 보여주며 가족처럼 대한다. 이것을 본 브렌다는 자신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는 야스민을 밀어내기 위해 보안관에게 범죄자로 신고도 하고 심지어 “가서 당신 애들이랑 놀아”라고 차갑게 밀어내지만 그녀는 “난 아이가 없어요”고 하자 미안한 마음이 든 브렌다는 순수하고 따뜻한 진심을 받아들이고 서서히 끈끈한 친구 사이로 발전해 간다.
D. 야스민이 ‘바그다드 카페’를 떠나는 이유는?
어느덧 카페의 중요한 마스코트가 된 야스민은 브렌다의 가족은 물론 지나던 운전자들에게도 친근감으로 다가가서 재미와 마음의 평화를 주게 되지만, 보안관은 그녀가 관광비자도 만료되고 노동 허가증도 없어 추방을 명령한다. 하는 수 없이 야스민은 독일로 떠나고 카페는 다시 쓸쓸하고 황량한 과거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하지만 얼마 후 기적처럼 그녀는 다시 카페로 돌아오게 되고 사람들은 마치 구세주가 부활한 듯 그녀를 반긴다.
E. 화가 루디 콕스가 야스민에게 제의한 것은?
야스민을 사모하게 된 3류 화가 루디 콕스는 야스민이 다시 돌아오자 그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하면서 자신과 결혼하면 영원한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루디 콕스가 그린 그림은 유명한 콜롬비아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가 풍부하고 다양한 색상으로 그린 육감적이고 해학적인 <모나리자, 열두 살>, <뚱뚱한 비너스>를 연상케 한다.<에필로그>
카페 주인 브렌다는 절망적 일상에서 야스민이라는 구세주 같은 친구를 만나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사실은 큰 행복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가 떠난 후 생기를 잃었던 카페 사람들은 그녀가 다시 돌아오자 평범한 일상에 큰 행복을 되찾게 된다. TV 속 ‘명의’라는 프로그램 속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새삼 오늘 하루를 온전히 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서로가 구세주가 되어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고 상상하고 만들고 베풀 수 있다면 지금이 가장 큰 마술이고 기적 같은 삶일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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