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온실가스 절반 감축"…시진핑 "석탄발전 통제" 되풀이

40개국 정상 기후변화 논의
바이든, 기존 '26~28% 감축'보다
훨씬 센 목표치 제시하며 압박
7월엔 車 배출가스 기준도 강화

시진핑은 "차별화된 책임" 주장
선진국의 탄소감축 의무 더 강조
2060년까지 탄소중립만 재확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국은 세계 탄소 배출량의 15% 미만을 차지할 뿐”이라며 각국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촉구했다. 이날 40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연설에 맞춰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최대 52% 감축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발표했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제시한 ‘2025년까지 26~28% 감축’보다 훨씬 센 목표치를 제시하며 다른 나라를 압박한 것이다.

각국에 ‘더 큰 목표’ 촉구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미국은 이번 세기말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세계 전체의 15%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더 높은 기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해 “어느 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했다. 또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며 “이걸 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미국은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2위국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6%를 차지한다. 1위는 중국으로 27.2%다. 미국의 두 배 수준이다. 이어 인도(6.8%) 러시아(4.7%) 일본(3.3%) 순이다.
이날 기후정상회의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이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면서 중국 등 주요 탄소 배출국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고강도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한 건 올해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기후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과시한 측면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완화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다시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오는 7월 강화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후정상회의에서 제시한 목표치 달성을 위한 ‘액션 플랜’의 하나로 미국 내 주요 탄소 배출원인 자동차 부문의 배출 기준을 손질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당초 오바마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25년까지 자동차 연비를 매년 5% 개선하도록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3월 자동차 업체의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2026년까지 배출가스 기준을 매년 1.5%만 개선하도록 기준을 낮췄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을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보다 훨씬 강력한 탄소 감축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中, ‘차별화된 책임’ 강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공동 책임과 함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 원칙은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지배구조)의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행동에서 개발도상국의 공헌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약속한 탄소 배출 정점과 탄소중립 사이의 기간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짧다”며 “중국은 이를 위해 매우 힘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역할도 크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처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하겠지만 탄소 감축 계획에선 중국의 경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중국의 장기 목표를 재확인했을 뿐 새로운 목표치를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을 엄격히 통제하겠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