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부쩍 늘어난 증권사 채권 보유…골치 아파진 증권사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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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던 시중 금리가 안정을 찾으면서 증권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급등할 때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세가 둔화된 데다, 보유 채권의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간 덕분에 지난 1분기 채권평가손실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채권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3월 3일 연 1.019%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월 15일 연 1.238%를 기록했다. 열흘 만에 0.219%포인트 치솟았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이 느슨해진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영향이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자 회사채 등 다른 채권들의 금리도 따라 올랐다. 긴장한 건 증권사 CFO들이었다. 그동안 보유 채권을 대폭 늘려온 탓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은 244조원 규모에 달했다. 사상 최대다. 전년보다 33조원 늘었고, 2015년(155조원)보다는 89조원 증가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가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떠올랐고,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매도파생결합증권 발행이 늘면서 헤지 자산으로 채권을 편입하는 일이 늘어난 결과다.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 중 회사채가 100조원으로 가장 많고, 특수채(70조원), 국공채(60조원), 기업어음(14조원) 순이다.증권사들의 채권 보유액이 커지면서 증권사 분기 실적도 채권 금리에 민감해지고 있다. 실제로 2016년 4분기에 채권 금리가 약 0.40%포인트 오르면서 8개 증권사가 분기 적자를 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2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장 금리와 증권사 채권평가손익에는 -0.84의 상관관계가 성립했다.이번에도 금리 상승세가 계속됐다면 채권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었다. 하지만 3월 15일 연 1.238%로 꼭지를 찍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월 31일에는 연 1.33%로 0.105%포인트 하락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분기 26개 국내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액을 866억원으로 추정했다. 1분기 중 가장 큰 금리 상승폭을 기초로 계산했다. 이는 지난해 증권사 합산 순이익의 2%, 분기 평균 순이익의 6% 수준이다. 자기자본 대비로도 미미한 액수다.
증권사들은 주로 단기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달 금리 상승이 중·장기물에서 더 크게 나타났던 점도 증권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헤지 후 듀레이션은 작년 말 기준 0.67년(8개월)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낸다. 듀레이션이 짧으면 채권평가손익의 변동성이 줄어들지만, 채권 보유에 따른 캐리 수익이 감소하는 단점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만기에 상관없이 채권 금리가 일괄적으로 0.20%포인트 오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채권평가손실도 계산했다. 이때 26개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 추정액은 3248억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6%, 분기 평균 순이익의 24%로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자기자본 대비로는 0.5% 수준이다.
채권 금리 급등은 멈췄지만 증권사 CFO들이 긴장의 끈을 놓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언제든 다시 금리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반대로 하락할 위험도 있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듀레이션을 줄여놓았는데, 금리가 하락하면 캐리 수익이 줄어 채권 부문의 수익성을 낮아질 수 있다.
다만 다른 사업 부문의 실적 호조 덕에 올해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실적 안정성은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주식 거래량이 늘어난 덕분에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주식과 채권 발행이 늘면서 투자은행(IB) 부문 실적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지난달 채권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3월 3일 연 1.019%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월 15일 연 1.238%를 기록했다. 열흘 만에 0.219%포인트 치솟았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이 느슨해진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영향이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자 회사채 등 다른 채권들의 금리도 따라 올랐다. 긴장한 건 증권사 CFO들이었다. 그동안 보유 채권을 대폭 늘려온 탓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은 244조원 규모에 달했다. 사상 최대다. 전년보다 33조원 늘었고, 2015년(155조원)보다는 89조원 증가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가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떠올랐고,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매도파생결합증권 발행이 늘면서 헤지 자산으로 채권을 편입하는 일이 늘어난 결과다.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 중 회사채가 100조원으로 가장 많고, 특수채(70조원), 국공채(60조원), 기업어음(14조원) 순이다.증권사들의 채권 보유액이 커지면서 증권사 분기 실적도 채권 금리에 민감해지고 있다. 실제로 2016년 4분기에 채권 금리가 약 0.40%포인트 오르면서 8개 증권사가 분기 적자를 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2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장 금리와 증권사 채권평가손익에는 -0.84의 상관관계가 성립했다.이번에도 금리 상승세가 계속됐다면 채권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었다. 하지만 3월 15일 연 1.238%로 꼭지를 찍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월 31일에는 연 1.33%로 0.105%포인트 하락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분기 26개 국내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액을 866억원으로 추정했다. 1분기 중 가장 큰 금리 상승폭을 기초로 계산했다. 이는 지난해 증권사 합산 순이익의 2%, 분기 평균 순이익의 6% 수준이다. 자기자본 대비로도 미미한 액수다.
증권사들은 주로 단기물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달 금리 상승이 중·장기물에서 더 크게 나타났던 점도 증권사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헤지 후 듀레이션은 작년 말 기준 0.67년(8개월)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나타낸다. 듀레이션이 짧으면 채권평가손익의 변동성이 줄어들지만, 채권 보유에 따른 캐리 수익이 감소하는 단점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만기에 상관없이 채권 금리가 일괄적으로 0.20%포인트 오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채권평가손실도 계산했다. 이때 26개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 추정액은 3248억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6%, 분기 평균 순이익의 24%로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자기자본 대비로는 0.5% 수준이다.
채권 금리 급등은 멈췄지만 증권사 CFO들이 긴장의 끈을 놓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언제든 다시 금리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반대로 하락할 위험도 있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듀레이션을 줄여놓았는데, 금리가 하락하면 캐리 수익이 줄어 채권 부문의 수익성을 낮아질 수 있다.
다만 다른 사업 부문의 실적 호조 덕에 올해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실적 안정성은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주식 거래량이 늘어난 덕분에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주식과 채권 발행이 늘면서 투자은행(IB) 부문 실적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