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M&A를 마치면 '장난감'을 받는다고?

숨가쁜 협상 끝에 M&A 사인을 마친 PEF운용사 혹은 대기업 임원진, 투자은행(IB)과 로펌 변호사들은 딜이 끝나면 '딜 토이(Deal toy)' 혹은 '툼스톤(Tombstone)'으로 불리는 기념품을 한아름 받는 경우가 있다. IB 혹은 PEF 내에서도 경력 만큼 쌓여가는 툼스톤들을 전시해 보는 게 낙이라는 사람이 있는 반면, 툼스톤만 봐도 딜 과정에서 겪었던 고생이 떠올라 쳐다도 보기 싫다는 사람도 있다.

IB들은 업종, 특성, 로고 등 거래 대상이 곧바로 떠오를 수 있는 툼스톤을 제작해 제공한다. 툼스톤엔 매도 주체와 매수 주체, 거래 금액과 날짜, 주요 자문사의 정보가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IB 내에서 딜을 담당하는 막내 인력이 디자인 및 주문제작을 전담한다. IB에 제공하는 수수료 기준 300만달러(33억원) 이상 거래에서 IB가 '서비스' 개념으로 제공하는 게 기본 룰이다. 거래 수수료가 보통 거래 금액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규모 기준으론 3억달러(3300억원)이상인 거래에서 툼스톤이 제공되는 셈이다. KKR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에 대박을 안겨 준 OB맥주 M&A에선 황금 맥주잔이 딜 트로피로 쓰였다. KKR은 이후 LS엠트론 동박사업 인수에선 동박을 만드는 기계를 본딴 툼스톤을 배포했다. 블랙스톤의 1조원 규모 의약도매업체 지오영 거래에선 지오영 로고가 새겨진 약병과 앞에 쏟아져있는 알약 모양을 본 딴 모형이 제공됐다.
OB맥주 거래에서 쓰인 황금 맥주잔 툼스톤
아시아 최대 독립계 PEF인 MBK파트너스에도 거래 특징을 담은 독특한 툼스톤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대박을 안겨 준 코웨이 거래에선 당시 정수기 못지 않게 힘을 싣던 공기청정기를, ING생명의 경우 상징인 주황 사자상을 툼스톤으로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 대성산업가스는 회사 파이프를 본딴 모형을, 홈플러스는 이것저것 상품이 담긴 쇼핑 카트를 본 딴 툼스톤이 제작됐다. 골프존카운티 거래에선 골프카트 모양의 툼스톤이 제공됐다.

M&A관계자들이 국내외 PEF 중 가장 툼스톤에 애착을 보이는 곳으로 꼽는 PEF 운용사는 어피너티다. 락앤락 인수 후엔 락앤락 용기를 본딴 트로피가, 쓱닷컴 투자 이후엔 'SSG.com'로고가 붙은 배송 트럭을 툼스톤으로 나눠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별개로 어피너티는 각 거래마다 관여한 주요 인력들의 얼굴을 커리커쳐로 그려 전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에선 퇴사자의 경우 커리커쳐를 어떻게 처리할 지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기도 했다.
좌측에서부터 골프존카운티, 대성산업가스, KCFT(SK넥실리스) 툼스톤
이외에도 CJ제일제당의 미국 최대 냉동피자업체 쉬완스 인수에선 피자를 굽고 있는 오븐이 툼스톤으로 제공 됐다. 3층으로 구성된 오븐에서 층마다 종류가 다른 피자가 조각(?)됐다고 한다. 유니슨캐피탈의 공차 거래에선 역시나 펄이 담긴 버블티가 모형으로 제공됐다. 고무로 펄이 제작됐는데, "펄 크기가 너무 작고 빨대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IB들이 서비스 차원에서 툼스톤을 제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홍콩계 한 PEF에선 회장이 직접 툼스톤 디자인까지 신경을 쓰는 곳으로 유명하다. IB 사이에선 몇 번이고 제작을 다시해야 했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했다.

한 해에도 수백 수천건의 M&A가 돌아가는 글로벌 IB에선 퇴사자들이 두고 간 툼스톤을 모아놓은 방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툼스톤들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나무 야구방망이에 사인이 담긴 툼스톤에서부터 위스키가 가득 차 있는 커다란 위스키병도 종종 활용된다. '장난감 천국'으로 유명한 미국 토이저러스 파산 거래에선 리모콘으로 차량을 조종할 수 있는 실제 장난감을 툼스톤으로 제작해 하나씩 거래 관련 인력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차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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