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수익에 '코인중독' 2030…"마지막 사다리"

위험 알면서도 투자…"점점 더 센 수익률 찾게 돼"
정부 "투자 피해보호 어렵다" 했지만…"대안 없어""지난해 말에 코인을 시작해서 돈을 꽤 벌었어요.

수익률 300%, 400% 맛을 보니 이제 작은 수익으로는 성에 안 차요"
지난해 연말부터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취업준비생 박모(24)씨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낸 경험을 한 뒤, 최근에는 취업 준비보다 투자에 시간을 쏟고 있다.박씨는 23일 "종잣돈으로 시작했는데 한두 달 만에 직장인 월급의 몇 배를 벌고 나니 이제 취업에는 별로 흥미가 안 생긴다"며 "요즘은 '코인 선물'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한쪽에서는 '가상화폐 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남모(28)씨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코인 수익률에 따라 매일 울고 웃는 등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남씨는 "코인을 시작한 이후 높은 수익률을 하루 만에 보고 나니 은행 저축이나 주식은 못 하겠다"며 "코인도 점점 신규 코인에 눈이 가고, 더 센 수익률을 주는 고위험 상품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4대 거래소에서 받은 가상화폐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모두 249만5천289명이었다.

이들 중 20대가 32.7%(81만6천39명), 30대가 30.8%(76만8천775명)로 2030 세대가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인 투자 열풍이 거세지만, 변동성이 큰 데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가상화폐들도 많아 전문가들은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가상화폐 시장 과열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관련,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직장인 김창현(26)씨는 "가상화폐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란 사람들의 믿음에만 의존해 오르고 있다"며 "이 믿음이 꺼지면 가상화폐 거품도 꺼지면서 누군가는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 해도 시도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24시간 거래되는 가상화폐 시장 현황을 지켜보며 온종일 신경을 곤두세운 투자자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김유빈(22)씨는 "24시간 차트를 보는 사람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며 "코인이 일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공모(28)씨도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젊은 직장인들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코인 시세를 보고 있다"며 "종일 보고 있어야 하니, 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화폐 투자가 2030세대의 취업난·주거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는 절박한 호소도 있다.

2017년부터 코인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김모(29)씨는 "좋은 직장 들어가서 돈을 벌어봐야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도 못 사는 현실에서는 비트코인으로 한 방 노리는 선택지밖에 없다"며 "양극화가 너무 심해져서 20대에게는 코인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직장인 김모(30)씨도 "비트코인이 지금 세대의 유일한 계층 사다리"라며 "위험한 줄 몰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외에는 대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