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세금은 왜 떼는 건데"…뿔난 가상화폐 투자자들

은성수 "그림 사고파는 것도 세금 낸다"
"보호해 줄 생각 없다면 세금은 왜 거두느냐" 반발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관련 과세를 예고한 정부가 투자자에 대해서는 보호 불가 원칙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보호해 줄 생각이 없다면 관련 세금은 왜 거두느냐는 반발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국민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정부가)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챙겨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년부터 가상화폐로 거둔 소득에 대한 과세는 시작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소득세법은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중 250만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 20%의 세금을 걷도록 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보호 등의 아무런 조치 없이 정부가 세금만 떼간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림을 사고파는 양도차익에도 세금을 내고 있는데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정부가 다 보호해줘야 하느냐"며 "가격이 떨어진 것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주는 것은 아니고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가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라는 것은 정부가 일관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이 부분(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가상화폐 거래소가 모두 폐쇄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은 위원장은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는데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되기 때문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자기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연초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졌다. 지난 2월 말 기준 실명 인증 계좌만 250만 개를 넘어섰다. 하루 거래액도 20조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법 제정 등 제도화에 부정적인 이유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세금은 그럼 왜 떼는 건데" "깡패도 상납하면 보호는 해준다" "도둑놈 심보를 가진 정부" 등의 의견을 남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