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시민단체 집중 포화에…포스코가 내놓은 고육책

홍보·대관조직 격상
사진=뉴스1
잇단 산재 사망사고와 미얀마 군부와의 합작관계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포스코가 홍보·대관 조직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포스코와 각 자회사들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홍보·대관 등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일 일부 임원에 대한 보직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었던 정책지원실(대관)과 커뮤니케이션실(홍보)을 통합, 커뮤니케이션본부로 격상한 것이 개편의 핵심이다. 실에서 본부 단위로 조직 규모를 키웠다. 인사·법무·정책지원·커뮤니케이션 등의 업무를 했던 경영지원본부는 정책지원과 커뮤니케이션이 분리된 대신, 기업시민실을 새로 편입했다. 기존 정창화 경영지원본부장은 신사업을 담당하는 신성장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설된 커뮤니케이션본부의 수장은 아직 공석이다. 포스코는 외부 출신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방침이다. KT 임원과 부산대 대외협력총장, 한화건설 부사장 등을 역임한 O씨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비서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O씨는 KT로 이직한 후 줄곧 대관 업무를 담당했다. 경남 거창 출신으로, 부산·경남 지역 국회의원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디지털혁신특보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서울시 대외협력보좌관을 지난 P씨를 정책지원실 임원으로 임용할 예정이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재직 시절 대외협력보좌관을 지낸 P씨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 캠프 상황실장을 지냈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홍보·대관 조직 격상과 오 전 부사장 등 영입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잇단 산재사망 사고로 여당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 이후에도 사망자가 발생하자 여야 의원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대로 현장 청문회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강판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군부와의 합작관계가 불거지면서 ‘미얀마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외 시민단체 압박에 따라 포스코강판은 미얀마 군부기업인 MEHL과의 합작관계를 종료하기로 했다. 1997년 합작을 시작한 지 24년만이다.

미얀마에서 가스전을 운영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사업 철수를 압박받고 있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미얀마국영석유사(MOGE)가 포함됐다는 점을 내세워 이 사업의 수익도 미얀마 군부와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립 관련 여당과 시민단체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발전소는 39% 가량 공정이 진행된 상태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공장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각종 민감한 현안에도 포스코 자회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포스코의 홍보·대관 조직이 일일이 대응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조직개편도 포스코 홍보·대관 역량을 강화해 현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지적도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측에서 앞으로는 사실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