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무섭게 올랐던 창원, 올들어 2억 넘게 '뚝'…왜?

중동 '유니시티' 전용 99m² 11.3억→8.99억
재건축 단지 '은아'도 1억가량 떨어져
고점론 나와…"투자자 빠지고 실수요자는 관망"
경남 창원 의창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한경DB
경남 창원의 대장주로 꼽히는 성산구 용호동 용지아이파크 아파트는 올해 들어 단 한채도 매매되지 않았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 매매 계약이 10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준이다. 이 단지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분위기다보니 매수인들이 좀처럼 나서지 않고 있다"며 "규제지역으로 묶인 이후부터 대출이 크게 나오지 않는 점도 매수세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투자 열풍으로 집값이 급등했던 창원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성산구, 의창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량이 줄어든 데다 가격도 함께 하락하고 있어서다. 작년 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데다가 '지금이 고점'이란 시장 내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분간 예정된 주택 공급이 거의 없어 지방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몇달 새 2억 넘게 내려

2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창원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0.14% 하락하며 10개월여만에 처음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의창구(-1.64%)와 성산구(-0.97%)의 가격 하락폭이 가팔랐다. 창원 집값은 작년부터 올 초까지 오름세를 보이다가 지난 2월부터 상승폭을 줄인 후 결국 하락으로 전환했다.

몇 달 만에 실거래가가 2억원 넘게 떨어진 단지도 등장했다. 중동 유니시티(전용 99m²)는 지난 3월 11억3000만원(18층)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이달엔 8억9900만원(8층)에 거래됐다. 반림동 트리비앙(전용 84m²)는 올해 초를 기점으로 1억원 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7억3000만원(10층)에 팔렸지만 최근엔 5억9300만~6억2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창원 신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네이버 거리뷰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들도 작년 말에 비해 1억원 가까이 내렸다. 신월동 은아아파트 전용 80m²는 작년 말 7억원(3층)에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6억1400만원(2층)에 새주인을 찾으며 9000만원가량 급락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최근 급매가 나오면서 매매가가 조금씩 내려가는 분위기”라며 “투자자는 거의 빠졌고 실수요자들만 간간히 매수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집값 오를 만큼 올랐다"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고점론이 고개를 들면서 창원 지역에 투자 수요가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창원 성산구의 아파트 매수 건수는 243건으로 작년 11월 1552건과 비교해 6분의 1토막이 넘게 났다. 같은 기간 의창구의 매수 건수도 646건에서 154건으로 76.1% 줄었다. 이들 두 지역은 외지인 매입 건수와 지역 거주자들의 구입 건수가 동시에 급감했다. 3월 서울 거주자가 주도한 손바뀜은 15건 일어나며 지난해 11월(113건)보다 86.7% 줄었다. 같은 기간 관할 시군구내 매입 건수는 917건에서 219건으로 약 76.1% 감소했다.

창원 의창구와 성산구는 각각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대출 규제를, 조정대상지역은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세금 규제를 동시에 받는다. 집을 사기 위한 각종 여건이 나빠지자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Y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 동안 집값이 몇억 씩 뛰었지만 대출은 40%까지 밖에 나오지 않으니 실수요자들이 매매하기가 어렵다”며 “투자자들도 더 이상 큰 시세차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정부가 창원지역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서면서 거래가 뜸해진 분위기도 있다. 국토부 산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기획단)은 작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지방 비규제지역에서의 거래를 조사했다. 최근 단속결과가 발표됐는데, 창원에서는 법인을 이용해 1억원대 아파트(공시가 1억원 이하)를 사들인 이가 포착됐다. 창원에서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인상하면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중과대상에서 제외한 이후 저가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바 있다.

과열이 진정됐거나 외부 투기세력들이 빠지면서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됐다는 분석도 있다. 성산구에 30년째 거주 중인 주민 정 모씨(54)도 “창원 중심지 아파트들과 달리 외곽지역 단지들은 2016년 최고가를 찍다가 이후 2억~3억원씩 떨어지던 것이 작년에 겨우 일부 회복했는데 시가 나서서 규제를 건의하는 바람에 다시 매매가 어려워졌다”며 “고점 회복도 못했는데 다시 하락세를 걱정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국토교통부에 의창구 동읍·북면지역 등 일부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건의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창원에 주택 공급물량이 줄면서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부터 창원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창원의 신규 입주 물량은 2018년 1만3000여 가구, 2019년 1만여 가구에서 작년 3400여 가구로 감소했다. 올해엔 입주 물량이 564가구에 불과하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