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받은 사랑 돌려줘야"…오지 돌며 의료봉사 심병수 원장

2007년부터 13년간 동남아·아프리카 찾아…모든 경비 자부담
고액기부자 모임에도 가입…코로나로 활동 중단 "답답할 따름"

"우리가 받은 사랑과 관심의 10%라도 돌려주자는 마음에서 또다시 봉사 활동을 가게 됩니다. "
13년간 필리핀과 베트남, 캄보디아, 아프리카 등 오지를 돌며 의료 봉사활동을 펼쳐온 심병수(57) 신경외과 원장은 봉사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심 원장은 2007년 여수시가 여수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홍보단을 꾸릴 때 지역 의료인들로 구성된 지구촌사랑나눔회에 합류하면서 해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추석 연휴를 이용해 보름 일정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나이지리아를 찾은 심 원장은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뒤 해마다 자석에 이끌리듯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첫 봉사활동 때 찾은 탄자니아 다르살렘의 한 종합병원을 잊지 못한다.

심 원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 정도 되는 도시에 종합병원이 문을 연다길래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며 "병원은 군대 막사처럼 지어졌고 전기나 물도 들어오지 않아 발전기도 설치하고 우물도 파주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10살 정도 되는 어린이가 병원을 찾아왔는데 이마부터 노란 고름이 굳어 있었다"며 "항생제 몇 알이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데 오랫동안 방치해 위험했지만, 가까스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인 2019년까지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우즈베키스탄,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등을 20여 차례 방문했다.

봉사활동에는 의료인 6∼7명과 자원봉사자 10여명 등 20여명이 참가했고 모든 경비는 자비로 부담했다.

여수시가 일부 지원해주는 예산은 약품을 구매했다. 최근에는 필리핀 산페드로시에 여수진료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여수진료소에는 현지 의료진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여수에서는 예방 접종 등 기본 진료를 도와주고 있다.

심 원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 봉사활동도 모두 발이 묶이자 걱정이 태산이다.

의료 선진국인 한국도 코로나가 심각한데, 기초적인 의료 시스템조차 갖춰지지 않은 후진국은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7년여 전부터 여수 남면 안도에서 시작한 의료 봉사활동도 코로나로 중단했다.

심 원장은 "실제 빈민가에 있는 분들은 코로나에 대한 기본 정보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려워 답답할 따름이다"고 한탄했다.

전북 임실 출신인 심 원장은 전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여수에 정착했다.

여수 출신은 아니지만, 지역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올해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전남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회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심 원장은 "한두 번 봉사활동을 가보니 큰 보람을 느끼게 됐고 '내가 못 가면 어떻게 되지?'라는 생각에 다시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모두 시민이 우리를 아끼고 사랑해주신 덕분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민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