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 "네덜란드는 ESG 선도하는 모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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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해수면보다 낮아서 기후변화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사진)가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네덜란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2019년 11월 처음 한국에 부임했다. 그는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는 주로 남쪽에서 일했는데 동북아시아로 온 건 처음이라 무척 설렜다"고 떠올렸다.ESG경영은 최근 들어 세계적인 화두가 됐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지속가능성'과 같은 ESG경영을 중시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EU 국가 중에서도 네덜란드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올해 2월 기준 5680억유로(약 76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네덜란드공적연금 운용사 APG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APG는 2017년 특정 발전회사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해 올 초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해당 기업이 인도네시아 등의 석탄화력발전 건설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문제삼은 조치였다.
APG는 최근엔 한 철강기업이 미얀마 유혈사태의 주범인 군부와 합작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네덜란드는 APG를 통해 지속가능개발목표(SDG)와 ESG 표준에 매우 엄격한 투자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네덜란드는 녹색에너지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지난해 네덜란드의 북쪽지역은 유럽의 첫번째 '수소밸리'로 지정됐다"면서 "KLM네덜란드항공은 최근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만들어진 합성연료로 승객을 나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는 2030년까지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접점을 친환경차와 패션 등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네덜란드는 동네마다 전기차 충전소를 잘 갖췄고 향후 수소차 인프라도 구축 중”이라며 “지난해 한국이 네덜란드에 수출한 1위 품목이 전기차이며 수소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양국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네덜란드에선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유명하지만 한국 패션이 정말 유명하다”며 “주한 대사로 부임할 때 자녀들이 한국 패션 때문에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울 어느 곳에서든 지하로 내려가면 지하철이나 대형 쇼핑몰이 나온다”며 “세계 어느 곳에도 이렇게 멋진 지하 세계가 있는 데는 여기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추켜 세웠다. 그는 국가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네덜란드는 튤립, 풍차로 유명하지만, 최근엔 스마트파밍(Smart-farming)과 유럽의 물류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언론에서 '세계를 먹여살리는 작은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은 두번째 농식품 수출국"이라면서 "이제 네덜란드의 온실에서는 로봇이 채소를 수확하고 컴퓨터가 실내환경을 조절하는 등 지속가능한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스마트파밍 보급률은 99%에 달한다.
농식품 수출량이 방대한 만큼 네덜란드는 물류산업도 발전시켰다. 로테르담항은 유럽 최대 항구 가운데 하나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올해 초 네덜란드의 주요 무역파트너인 영국이 브렉시트로 EU를 탈퇴하게 되면서 향후 수출입에 타격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국에서 빠져나오는 다국적 기업이나 단체들을 유치해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하고자 한다"고 전망했다.도너바르트 대사가 한국에 오고 바로 이듬해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이 터졌다. 지난해 양국이 추진한 행사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게임을 개발하는 행사 '게임잼' 등이 대표적이다. 27일에는 입헌군주국 네덜란드의 국경일인 킹스데이를 기념한 행사도 개최하는데, 이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올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함께 만드는 내일(Co-create Tomorrow)'이라는 슬로건 아래 이같은 행사들을 더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변수도 고려하고 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수교 60주년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할 때 한국에 있어 영광이고,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과 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한국에 있다는 점에서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양국이 또 다른 60년을 함께 할 때 기후외교와 세계평화, 인권에 중점을 두고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사진)가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네덜란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2019년 11월 처음 한국에 부임했다. 그는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는 주로 남쪽에서 일했는데 동북아시아로 온 건 처음이라 무척 설렜다"고 떠올렸다.ESG경영은 최근 들어 세계적인 화두가 됐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지속가능성'과 같은 ESG경영을 중시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EU 국가 중에서도 네덜란드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올해 2월 기준 5680억유로(약 76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네덜란드공적연금 운용사 APG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APG는 2017년 특정 발전회사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해 올 초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해당 기업이 인도네시아 등의 석탄화력발전 건설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문제삼은 조치였다.
APG는 최근엔 한 철강기업이 미얀마 유혈사태의 주범인 군부와 합작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네덜란드는 APG를 통해 지속가능개발목표(SDG)와 ESG 표준에 매우 엄격한 투자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네덜란드는 녹색에너지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지난해 네덜란드의 북쪽지역은 유럽의 첫번째 '수소밸리'로 지정됐다"면서 "KLM네덜란드항공은 최근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만들어진 합성연료로 승객을 나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는 2030년까지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금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접점을 친환경차와 패션 등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네덜란드는 동네마다 전기차 충전소를 잘 갖췄고 향후 수소차 인프라도 구축 중”이라며 “지난해 한국이 네덜란드에 수출한 1위 품목이 전기차이며 수소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한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양국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네덜란드에선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유명하지만 한국 패션이 정말 유명하다”며 “주한 대사로 부임할 때 자녀들이 한국 패션 때문에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서울 어느 곳에서든 지하로 내려가면 지하철이나 대형 쇼핑몰이 나온다”며 “세계 어느 곳에도 이렇게 멋진 지하 세계가 있는 데는 여기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추켜 세웠다. 그는 국가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네덜란드는 튤립, 풍차로 유명하지만, 최근엔 스마트파밍(Smart-farming)과 유럽의 물류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언론에서 '세계를 먹여살리는 작은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은 두번째 농식품 수출국"이라면서 "이제 네덜란드의 온실에서는 로봇이 채소를 수확하고 컴퓨터가 실내환경을 조절하는 등 지속가능한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스마트파밍 보급률은 99%에 달한다.
농식품 수출량이 방대한 만큼 네덜란드는 물류산업도 발전시켰다. 로테르담항은 유럽 최대 항구 가운데 하나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올해 초 네덜란드의 주요 무역파트너인 영국이 브렉시트로 EU를 탈퇴하게 되면서 향후 수출입에 타격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국에서 빠져나오는 다국적 기업이나 단체들을 유치해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한층 더 강화하고자 한다"고 전망했다.도너바르트 대사가 한국에 오고 바로 이듬해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이 터졌다. 지난해 양국이 추진한 행사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게임을 개발하는 행사 '게임잼' 등이 대표적이다. 27일에는 입헌군주국 네덜란드의 국경일인 킹스데이를 기념한 행사도 개최하는데, 이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올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함께 만드는 내일(Co-create Tomorrow)'이라는 슬로건 아래 이같은 행사들을 더 성대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변수도 고려하고 있다. 도너바르트 대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수교 60주년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할 때 한국에 있어 영광이고,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역과 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한국에 있다는 점에서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양국이 또 다른 60년을 함께 할 때 기후외교와 세계평화, 인권에 중점을 두고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