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코로나 백신 접종 10억 도즈…美·中·인도가 58% 차지

10억293만8540도즈.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투여한 백신 수다. 지난해 12월2일 영국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세계 처음 허가한 지 143일 만이다. 집단면역을 향한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한계도 있다. 접종된 백신의 58%가 미국, 중국, 인도에 쏠리는 등 '백신 격차'는 심해졌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207개국서 사용된 코로나19 백신이 10억 도즈를 넘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운 나라에 사는 인구는 세계인의 96%에 이른다.

하루 1850만 도즈의 백신이 접종되는 것을 고려하면 세계인 75%가 백신을 맞기까지 여전히 19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백신 접종이 특정한 나라에 쏠리는 현상이 계속돼서다.

백신의 58%는 미국과 중국, 인도에 집중됐다. 미국서 2억2560만 도즈, 중국 2억1610만 도즈, 인도 1억3840만 도즈를 각각 접종했다. 세 나라만 5억8010만 도즈에 이른다. 이스라엘에선 인구의 62%가 백신을 맞았다. UAE(51%), 영국(49%), 미국(42%), 칠레(41%)도 접종률이 높은 나라다. EU에선 인구의 21%(1억2800만 도즈)가 맞았다.

접종 속도는 소득에 따라 달라졌다.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한 고소득 국가에서 투여한 백신은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저소득 국가는 0.2%에 그쳤다. 12개 나라는 아직 접종을 시작조차 못했다. 아시아에선 북한이, 아프리카에선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등이 포함됐다.

'백신 부국'도 안심하긴 이르다. 가파르게 증가하던 접종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서다. 미국에선 다음달 중순께 백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백신 도입과 배포'에는 성공했지만 '백신 거부자 설득'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크리스토퍼 머레이 미 워싱턴대 의대 보건계량분석 연구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2월 이후 미국 내 백신 신뢰도가 천천히,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백신을 맞겠다는 성인도 75%에서 67%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미국의 하루 백신 접종 건수는 이달 들어 300만 도즈를 넘겼지만 22~23일 이틀 연속 일주일 간 하루 평균 접종 건수가 200만 도즈대로 내려왔다. 군에서는 백신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취약하지 않고 백신을 맞을 때의 위험이 코로나19에 걸릴 때보다 높다고 느낀다고 들었다"고 했다.

미국 보건당국이 존슨앤드존슨(자회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멈춘 것도 백신 거부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23일 이 백신 접종을 재개하라고 권고했다. 중단 권고 열흘 만이다.

백신을 맞은 뒤 희귀 혈전증을 호소한 여성 환자 15명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고 ACIP는 판단했다. 다만 제품에 '50세 미만 여성은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혈전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