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투기 감시 책임까지...은행에 떠넘기는 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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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동산거래법 개정안 발의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를 핵심으로 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사가 토지담보대출을 할 때 투기 의심 거래를 가려내 부동산거래분석원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투기 감시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것으로, 토지담보대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액담보대출 의무 통보해야
실거래 시장까지 위축 우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의 일환으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토지와 주택 등의 거래 정보를 분석해 투기가 의심되는 사례를 식별하고 검찰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통보, 수사 의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법안은 당정 협의안이어서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개정안에서 금융권의 반발을 사고 있는 조항은 고액토지담보대출 거래 등의 보고 내용을 담은 39조다. 이 조항은 은행, 상호금융 등 금융사가 ‘지가상승률 및 거래동향을 감안해 투기목적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토지에 담보대출을 할 때 30일 이내에 부동산거래분석원에 통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충격적인 과잉 규제”라며 “토지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금융사에 투기 의심 거래를 통보하도록 ‘대리 감독’ 의무를 부여했다는 설명이다. 지역농협과 수협 등에서는 농민 등 실거래 토지대출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실수요자인 농민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땅 투기를 막고 싶으면 토지를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보상을 많이 해주도록 토지보상법을 개정하면 된다”며 “정부가 모든 정보를 끌어모으면서 책임은 민간에 전가하는 ‘빅브러더’식 해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범진/정소람/빈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