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홀로 괴로워하다…" 극단적 선택 부른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했던 가짜 검사 명함과 공무원증. 부산경찰청 제공
갈수록 고도화.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하는 피해자가 속수무책으로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피해액은 △2016년 1468억원 △2017년 2470억원 △2018년 4040억원 △2019년 1257억원 △2020년 7600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보이스피싱으로 검거된 인원도 △2016년 1137명 △2017년 1221명 △2018년 1452명 △2019명 1513명 △2020년 2177명으로 지난 5년간 7500명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피해 액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사기 가담자들이 잇따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총책' 등 주범이 아닌 가담자들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지난해 12월에는 국회에선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처벌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사진='무엇이든 물어보살' 방송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과거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배우 지망생 조하나 씨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런 사실은 조 씨의 지인 A 씨가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배우를 꿈꾸던 작고 착한 아이는 겨우 23살의 나이로 작은 꽃망울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며 그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알려졌다.A 씨는 "(조 씨가) 200만원이 안 되는 돈을 보이스피싱으로 잃고 홀로 괴로워하다 고통 없는 삶을 택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선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XXX들은 너무 잘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이 글이 확산되자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은 삭제하고 애도의 메시지만 전했다.
[사진=조하나 씨 지인 인스타그램 캡처]
고인이 된 조 씨는 2019년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이혼한 부모님 때문에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학교에 다니지 못했으며 19년만에 이름을 찾게 됐다는 사연을 전했다.

당시 방송에서 조씨는 19살에 스스로 변호사를 찾아가 출생신고를 한 뒤 검정고시 교육과정을 마치고 배우의 꿈을 꾸고 있다고 해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앞서 지난해 9월에는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호소하던 6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60대 남성 B 씨의 친척 C 씨는 "최근 보이스피싱으로 큰 금액을 사기당해 힘들어하던 B 씨가 낚시를 하러 간다고 나간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살 의심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위치추적을 통해 한 공원 인근에서 B 씨의 차량을 발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 위로 떠오른 B 씨를 발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내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아달라'는 사연이 공개되며 20대 취업준비생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2020년 사망한 취업준비생 D 씨는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야 한다"는 김민수 검사 사칭 사기범에게 420만원을 갈취 당했다. 그는 며칠 뒤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보이스피싱 일당 5명을 붙잡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일당 가운데에는 김민수 검사를 사칭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 쑤저우 등 8개 지역에 콜센터 등 사무실 6개를 마련해 내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당시 1차 검거 때 경찰은 콜센터 직원으로 취업준비생에게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실제 목소리 주인공은 빠진 것을 확인했고 끝까지 추적해 그를 검거했다.

금융당국은 전화로 정부 기관이라며 자금 이체를 요구하거나 전화·문자로 대출 권유를 받는다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대출 처리 비용 등을 이유로 선입금을 요구하거나 가족을 사칭해 금전을 요구할 경우, 고금리 대출받아 상환하면 신용등급이 올라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는 경우 등도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저금리 대출 등 전화나 문자를 받으면 반드시 해당 은행을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며 "은행 직원을 보낼 테니 돈을 건네달라고 하면 100% 사기이니 즉시 전화를 끊고 112에 신고해야 한다"거 당부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