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사 인근 투기' 혐의 포천 공무원…검찰 "위치 알고 샀다"

"미공개 정보 이용" 판단…피의자 "대략 알려진 정보" 법정공방 예상

내부 정보를 이용해 철도 역사 예정지 인근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를 받은 경기 포천시청 간부 공무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공무원은 "정확한 역사 위치를 몰랐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사실상 결정된 역사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미공개 정보 여부와 이를 이용한 투기 여부에 대한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포천시청 과장 박모(52)씨는 지하철 7호선 연장 업무를 담당하면서 알게 된 역사 예정지 인근 땅 2천600㎡를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40억원에 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게 박씨 혐의의 핵심이다.

포천시는 2018년 지하철 7호선 연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당초 예정됐던 도봉산∼의정부∼양주 15.3㎞ 건설에 그치지 않고 포천까지 17.5㎞를 더 연결하는 내용이다. 2019년 1월 포천시민 약 1만3천명이 서울 광화문에 모여 7호선 연장을 요구했고, 같은 달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했다.

시민들은 처음으로 철도가 생긴다는 기대에 부풀었고, 포천시는 철도 노선과 역사 신설안을 만들어 기획재정부에 올렸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기재부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마친 뒤 경기도와 포천시에 통보했다. 이 시기 7호선 연장 담당 과장은 박씨였다.

박씨는 2020년 9월 (가칭)소흘역 인근 땅 7필지, 2천600㎡가량을 40억원에 사들였다.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샀으며 이중 34억원가량은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박씨는 수사 과정에서 "신설 역사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고 사업계획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개략적인 역사 위치는 이미 공개된 상태였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실제로 당시 포천지역에는 신설 역사의 위치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더욱이 포천은 개발이 안 된 땅이 많아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역사 위치를 3곳 정도로 압축해 추정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무리하게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압수물을 재분석하면서 결정적으로 철도 노선 선정 관련 회의자료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박씨가 직접 외부 전문가들을 상대로 철도 노선과 신설 역사 위치 등을 설명한 내용이 담겼다.

또 검찰은 기재부가 포천시 노선안을 대부분 반영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완료한 것에 주목했다.

철도 노선과 역사 위치가 사실상 이때 결정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도 "기재부 검토 완료 시점에서 노선과 역사 등이 사실상 결정된다"며 "다른 지자체와 기관 등이 연관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박씨의 주장대로 7호선 포천 연장 사업은 아직 확정 고시되지 않았다.

올 상반기 예정됐으나 셔틀 복선으로 변경되는 등 사업비가 늘어나 협의 중이다. 시민들이 노선과 역사 위치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포천시가 네 차례 거부한 것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