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투자 언급할까…SK하이닉스 '컨콜'에 쏠리는 눈

오는 28일 지배구조 개편 공개 후 첫 컨콜
파운드리·M&A·투자 방식·시점·규모 등 촉각
미중 반도체 패권 갈등 속 '국제 정세' 변수
SK하이닉스 청주 FAB 라인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컨퍼런스콜(컨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이후 인수합병(M&A)에 대한 법적 제약을 걷어낸 SK하이닉스가 이번 컨콜에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강화를 위한 청사진을 언급할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컨센서스 웃돌 듯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SK텔레콤 부스에서 AI(인공지능) 특화반도체의 설명을 듣고 있다. 가운데는 박정호 SKT 대표. 2021.4.21 [사진=연합뉴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투자업계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 8조2667억원, 영업이익 1조341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3%, 67.57% 증가한 규모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전망"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강세 등의 영향으로 경쟁사 대비 실적 개선폭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올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으로 올해 말 인수하기로 한 인텔 낸드 사업에 대한 가치가 주가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며 "D램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이어 "연말까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 유력해 D램 가격 하락이 전환하기 전까지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박정호 부회장 "파운드리에투자 해야할 것 같다"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M16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업계에선 실적보다 컨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파운드리 투자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어서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생산만 하는 기업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 전반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파운드리 기업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생산 능력이 수요를 현저하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UMC에서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수요를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국내에서는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가 8인치 파운드리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고객사가 6개월 이상 대기해야할 만큼 공급이 부족하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파운드리 투자 확대 요구가 커지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대규모 투자 여력을 갖춘 회사는 SK하이닉스뿐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WIS) 2021에서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TSMC 기술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 사항이 있고 이에 공감한다"며 "파운드리에 투자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파운드리를 하고 있다. 현재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8만5000장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리콘웍스와 실리콘마이터스 등 국내 팹리스 업체가 주요 고객사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청주에 있는 8인치 파운드리 설비를 중국 우시 공장으로 이전 설치 중이다. 내년 초 우시로 완전 이전 이후 중국 시장을 주로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망세 길게 가져갈 수도"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파운드리 확대를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반도체 시장 전체가 재편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작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움직임을 준비하는 것이 급해 보인다"고 발언했다.

SK하이닉스는 모회사인 SK텔레콤의 기업분할 결정에 따라 투자전문회사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서 인수합병에 걸림돌이었던 법적 제한으로부터 벗어나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을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했기 때문에 그동안 투자에 제약이 따랐다.

박 부회장의 파운드리 투자 발언을 토대로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키우거나 다른 파운드리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함께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 인수에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확대는 이미 업계에서 다 예견된 상황"이라며 "피인수 후보로 오른 업체들이 시장 상황을 보면서 몸값을 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 투자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도 미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관망세를 길게 가져갈 수도 있다"고 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