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3억원 유상증자 vs 실적개선'…코스맥스 주가 향방은

올해 1분기에만 24% 날아오른 화장품 대표주 코스맥스가 27일 10% 넘게 하락하고 있다. 1443억원 규모 유상증자 예고에 따른 후폭풍이다. 하지만 다만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과 더불어 '시설 투자는 중장기 호재'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1분기 실적이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코스맥스는 11.94%내린 11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 종목은 중국 화장품 경기 회복으로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 1~3월간 23.7% 올랐었다. 이 회사는 1992년 설립된 화장품 연구개발 생산 전문기업으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화장품 매출 기준으로 전 세계 최대 규모다.이날 코스맥스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선 건 전날 이 회사가 유상증자를 예고해서다. 코스맥스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144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오는 6월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신주 130만주를 발행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5월 14일이다.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재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인데 기존 주가보다 가격이 낮은 새로운 주식이 희석돼 주가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코스맥스의 신주 예정 발행가는 11만1000원으로 전일 종가인 13만4000원보다 17.2% 할인된 수준이다. 최종 발행가는 6월 14일에 확정된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률은 주식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1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증자 직후 신영증권은 코스맥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5만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유효한 데다가 자금 조달 목적을 봤을 때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맥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1443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데 이 중에서 815억원을 평택 2공장 설립 및 스마트팩토리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채무상환에 200억원, 유동성 확보에 428억원을 쓰기로 했다.신 연구원은 "시설자금은 국내 색조 화장품의 생산능력 부족, 고객사의 화성·평택공장 생산 이원화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될 예정"이라며 "이번 증설로 2023년 이후 이 회사의 국내 색조 화장품 생산능력은 종전 연간 2억개보다 약 7.2%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색조 화장품 생산능력 증가율은 공장 1교대, 가동률 50%를 전제로 계산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목표주가 17만원을 유지하면서 "국내 색조 화장품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장 증설은 중장기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자동화 생산 및 개발라인 확대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유상증자보다 대외 환경도 우호적인 편이다. 앞서 코스맥스는 2016년 10월에도 93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바 있다. 당시 주가 시석률은 주식 수 기준 10.4%였다. 국내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613억원 등 자금 조달 목적도 이번과 유사하다. 그 해 12월 청약일까지 코스맥스 주가는 하락하다 점진적으로 회복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여파로 중국 수출이 사실상 끊겼던 2017년 상황과 달리 올해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박 연구원은 "갑작스럽긴 하지만 이해 못할 수준의 유상증자가 아니고 중국 실적 기대치가 높아지는 상황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맥스 매출은 연결 기준 36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법인인 코스맥스이스트의 경우 별도 기준으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9%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이 회사는 290억원의 순손실을 냈었다.

바꿔 말하면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면 주가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이날 목표주가를 18만5000원에서 16만4000원으로 하향하면서 "올해 1분기 실적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 발표될 경우 이틀간 20% 넘게 주가가 급락했던 2016년 12월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