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글로벌 증시 '게임 체인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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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희비 엇갈려코로나19 백신이 세계 증시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 백신을 빠르게 확보해 접종률을 높이고 있는 국가와 백신 확보에 실패한 국가 간 증시 희비가 뚜렷하다. 미국 유럽 등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국가의 주가는 올초 이후 10%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일본 인도 브라질 등 백신과 방역 모두 실패한 국가 주가는 좋지 않다. 국내 증시에선 국가 간 백신 양극화 탓에 코로나19 관련주와 경기민감주가 함께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백신 앞선 美·英·獨·싱가포르 등
연초후 10~11%대 가파른 상승
'접종 실패' 日·인도는 1%대 그쳐
한국은 경기민감주 위주 반등
백신 접종률에 엇갈리는 증시 성적표
달러로 환산된 각국 주가 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결과 미국과 영국은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주가가 오른 대표적 국가로 나타났다. 미국 S&P500지수는 연초 이후 26일(현지시간)까지 11.49% 올랐다. 영국(EWU)도 11.44% 상승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EWS·11.82%)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백신 접종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가들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은 인구 절반, 미국은 42%, 싱가포르는 23%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유럽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23%를 기록 중인 독일(EWG) 주가는 10.8% 올랐다.반면 코로나19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국가의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매일 80만 명대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인도(INDA) 증시는 연초 이후 1.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백신 접종률이 1%대인 일본(EWJ) 증시도 상승률(1.89%)이 미미했다. 올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를 넘긴 브라질(EWZ)은 3.43% 하락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는 국가 순서로 주가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민감주·진단키트주 동반↑
백신 접종률이 낮지만 한국(EWY) 주가 상승률은 8.76%로 비교적 높았다. 앞서 성공적인 방역과 수출 비중이 큰 경제구조 덕분이라는 평가다. ‘전 세계 백신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에선 코로나19 수혜주와 경기민감주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진단키트주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가장 먼저 급등한 종목 중 하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조건부 허가를 받은 진단키트업체 휴마시스는 이달 들어 226% 올랐다. 주가가 급등해 지난 23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뒤에도 40% 이상 오르자 이날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나노엔텍(57.2%) 바디텍메드(46.7%) 앤디포스(42.9%) 등 진단키트업체 주가는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경기 회복을 의심하는 심리의 힘이 커지면서 철강·화학 등 경기민감주는 약세를 보여야 하지만 정반대다.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이날까지 KRX철강지수는 47.6%, 이달 들어선 28.2% 상승했다.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 두 업종이 함께 급등하는 이유 역시 국가별 백신 양극화 현상에 있다.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미국은 최근 필수소비재보다 자동차·고급 가전 등 내구 소비재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팀장은 “백신 접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는 미국은 몇 달 뒤면 내구소비재를 찾는 이가 급증할 것이라는 가정에 따라 필수재료인 철강·화학제품 사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요가 늘어나면서 포스코는 최근 가격 인상과 함께 6월 수출 물량 계약까지 마무리했다.그러나 ‘백신 빈국’의 사정은 다르다. ‘진단-격리’가 최선의 방어책인 코로나19의 전염률이 높은 상황에선 진단키트가 절실하다. 백신을 구하지 못하고, 방역 수준도 낮은 국가는 여전히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남미 유럽 등에 주로 진단키트를 수출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배경이다. 정명지 팀장은 “통상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다른 국가들이 순차적으로 낙수효과를 보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백신 부국과 빈국의 경기 격차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성미/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