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내수가 불린 방위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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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으로 후퇴한 防産 수출코로나19로 국내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전략산업인 방위산업은 다행히도 2년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조사 결과, 국내 생산의 약 65%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방산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성장, 최대 생산액을 경신했다. 2019년의 8.6% 성장률에는 못 미치지만, 현 정부 들어 부진하던 방위산업이 4년 만에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같은 기간 인력도 1만9300명에서 2만10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내수가 이끈 성장 - 방위력 개선비 늘고 적극적 수입대체 덕분
수출은 '뒷걸음질' - 항공기·잠수함 등 첨단무기 수출 급감
질적 고도화 필요 - 핵심부품 국산화, 협력업체 육성 서둘러야
안영수 <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센터장 >
방위산업 성장을 이끈 주요 기업은 ㈜한화와 LIG넥스원 그리고 현대로템이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0.2%, 9.9%, 51.5% 증가했다. 특히 현대로템은 정부로부터 5300억원 규모의 ‘흑표 전차’를 수주한 덕분에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한화 계열의 4개 기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8.8% 늘어난 약 4조9000억원으로, 10대 기업 매출의 42.3%에 달하는 등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방위산업 생산액은 2016년 16조4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수년간 14조1000억~16조3000억원으로 절대액이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10대 기업 생산액도 9조4000억~11조1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사태에 따른 각종 방산비리 이슈와 징벌적 조치가 주요 원인이었다.
수입 대체 정책으로 내수가 성장 견인
방위산업 생산을 견인하고 있는 부문은 내수다. 지난해 10대 기업의 내수 규모는 1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하는 등 생산을 이끌고 있다. 내수 성장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강한 안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위력 개선비의 대폭적 증가와 적극적인 수입 대체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실제로 무기 획득에 사용되는 2020년 방위력 개선비는 약 16조7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36.8%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 4년 동안에는 1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거에는 무기 구매 시 획득 효율성 관점의 정책 추진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았으나, 현 정부의 국산화 우선 정책 추진으로 내수 생산이 증가했다. 매출 증가에 따라 LIG, 한화시스템, 풍산 등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률도 4~9%대에 이르는 등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풍산은 9.4% 이익률로 전년 대비 약 두 배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주요 기업 전사 매출 대비 방산 비중 지속 증가
주요 기업들의 방산전업도(총매출 대비 방산 매출 비중)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대 기업의 방산전업도는 35.4%로, 2015년(17.7%) 대비 크게 높아졌다. 주원인은 글로벌 조선산업 불황에 따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매출 감소 때문이다. 실제로 10대 기업의 전사 매출은 2015년 약 60조원에서, 지난해 32조5000억원으로 45.8% 줄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10대 기업 전사 매출이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한화,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무역 및 민수 항공기 부품 수출업체들의 전사 매출이 9.5~11%씩 줄어 자연스레 방산전업도가 높아졌다.전사 및 방산 부문 간 매출 변화는 기업 내 부문별 인력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 10대 기업의 전사 인력은 5만300명으로 4년 전 대비 1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산 인력은 되레 8.8% 증가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9%에서 41.8%로 크게 높아졌다.
수출액·수주액 동반 급감
방위산업의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방산 수출은 되레 크게 위축됐다. 작년 방산 수출 규모는 약 1조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최대치를 기록한 2016년과 비교하면 66.8%에 불과하다. 수출이 대폭 감소한 직접적 요인은 기존 주력 수출제품인 항공기, 잠수함 등 첨단제품의 수출 급감에 있다. KAI는 주력제품인 T-50 항공기 부진으로 수출 비중이 약 13%에 그쳤으며, 잠수함 수출로 수년간 10대 기업 수출의 20~25%를 차지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수출액도 실적이 미미했다.방산 수출의 선행지표인 수출 수주 역시 수년간 정체 상태다. 수출 수주액은 2015년까지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대 36억1000만달러에 달했으나, 2017년 이후 26억~30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해외 출장 및 전시회 취소 등 해외 마케팅 제약과 주요국의 국방예산 감소 등의 악재가 겹쳐 부진했다. 올해도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 부진은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생산성과 수출경쟁력은 저하
박근혜 정부의 ‘방산비리 척결’의 결과는 방위산업 위축과 수출경쟁력 약화로 돌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방산비리 척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을 내걸었다. 그 결과 공무원 징계와 기업 부정 제재 감소 등 방산비리 관련 이슈는 대부분 사라졌다. 산업 및 정책의 효과적 육성·발전을 위해 ‘방위산업 발전법’을 제정하고 청와대 ‘방산담당관’ 직제도 신설했다. 국방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과 더불어 산업생산이 성장세로 전환된 점은 중요한 성과다.그러나 높은 정부 예산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생산 규모 증가는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해 10대 기업 매출은 2016년 대비 불과 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고용은 1700명이 늘어, 심각한 생산성 저하와 더불어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열위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에 더 큰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양적 성장 위주의 내수형 산업구조,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관심도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주요 국정 세부 목표의 하나로 제시된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이 무색할 만큼 지난해 방산 수출 비중은 11.9%로 줄어,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스템 개선 통해 산업경쟁력 높여야
방위산업 경쟁력 향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내수 전용의 개발 획득 정책과 개발·생산 제품에 대한 전액 원가보상(원가+) 방식이다. 해외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글로벌 시장에서 외면받을 뿐만 아니라 규모의 경제 미흡으로 가격·품질경쟁력 제고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의 원가보상 방식은 기업의 모럴해저드와 자발적 원가 절감 유인 감소에 의한 가격경쟁력 저하의 주요인이 돼 해외 수주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현재 체계종합 위주의 무기 개발·생산 방식은 핵심부품 국산화 소홀→부품 수입 유발구조 고착→협력업체 육성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현지화 요구는 증대되고 있는데 낮은 부품 국산화율은 이들 해외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예산 증액에 의한 내수 중심의 양적 성장 정책은 국제 공동개발 등 수출을 고려한 획득 시스템, 기업의 투자비용 분담, 혁신적 공정개발 그리고 핵심부품 국산화와 연계한 체계 개발 등 질적 구조 고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특히 개발(검토 포함) 중인 대규모 사업(개발+양산비 1조원 이상 등)은 부품 국산화 계획을 재검토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개발 실패 부담 완화와 전력화 시기 조정 등의 정책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 수출전략 다시 짜라
수요국 요구 부응하는 '국가별 수출팀' 운영을
최근 수년간 우리 방산 수출을 주도해 왔던 항공기·잠수함 등 첨단부문의 수주 부진이 전체 수출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8년 10조원 규모(1차 사업, 후속사업 20조원 별도)의 미국 고등훈련기사업 수주 실패는 매우 뼈아프다. K-9·유도무기·탄약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수출 견인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최근 글로벌 수출 시장의 주요 흐름은 다변화·대형화·다양화·현지화로 요약된다. 우리 주력 수출 시장이 아시아·남미 등에서 최근에는 호주·폴란드·슬로바키아 등 선진국과 동유럽 국가로 확장되고 있다. 호주의 레드백 장갑차, 폴란드의 전차사업 규모가 약 45억~60억달러에 달하는 등 단위사업 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다. 수출 제품도 함정·항공기·유도무기 중심에서 최근에는 장갑차·전차·자주포 등 지상무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등 다양화하는 추세다. 주요 수입국은 기술이전, 현지 생산, 현지 부품 사용 등 높은 수준의 현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높은 성능과 합리적 가격, 우월한 파이낸싱 시스템과 해외 마케팅 경험, 산업협력 등 체계적 정부 지원으로 우리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수출 시장 환경과 경쟁 상대의 변화는 우리 수출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해외 선진 기업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수출 대상국의 다양한 요구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수년간 정체 상태인 수출의 대폭적인 확대가 가능하다. 범정부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체계적·조직적 수출 지원 시스템과 거버넌스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가별 드림팀’을 구성해 맞춤형 수출 전략을 통한 공세적 대응으로 수주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후진국은 정부 주도형(GtoG)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10억달러 이상 대규모 사업은 ‘선진국 + α’ 수준의 선진형 수요자 파이낸싱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현지화 지원을 위한 ‘공급자 금융’, 협력 기업과의 동반진출 지원 방안 등의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방산 수출은 정부가 주도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업 주도의 민간 수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