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 60억 중 절반 내라"…에그드랍 통보에 가맹점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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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 "로열티보다 광고비가 많아"달걀 샌드위치 전문점 에그드랍이 광고비를 이유로 가맹점에 부과하는 로열티를 올리자 가맹점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에그드랍 가맹점 협의회와 전국 가맹점주 협의회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에그드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로열티가 월 매출의 3%인데, 여기에 광고비로 4%를 더 부과한다고 지난 2월 본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월 매출이 3000만원인 점포는 기존 로열티 90만원에 120만원의 광고비까지 더해 매달 210만원을 본사에 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이익률이 9.9%인데 로열티에 광고비까지 매출의 7%를 내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광고비 때문에 가맹점 부담 2배 이상 늘어"
에그드랍 본사는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광고비를 늘렸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18어게인’ 등 드라마 간접광고(PPL) 이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올해는 마케팅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본사는 올해 광고비로 60억원을 편성했고, 절반인 30억원을 가맹점주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가맹점주들과 본사가 맺은 계약서에는 ‘광고 및 판촉활동 시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포가 (광고비용을) 50:50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상의도 없이 거액의 광고비를 편성한 후 점주에게 부담을 준다고 항변했다. 지난해에는 광고를 위해 비정기적으로 가맹점당 30만~40만원을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매출의 4%를 매달 광고비로 내도록 하면서 본사에 내야하는 금액이 2배 이상 늘었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이원재 에그드랍 가맹점협의회 회장은 “60억원이 작은 금액도 아니고 점주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점주와 협의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코로나19로 매장 운영도 벅찬데 광고비까지 부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고비 거부했더니 계약 해지"
에그드랍 본사는 광고비 납부를 거부한 가맹점에게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통보를 받은 점포는 전국 250개 점포 중 협의회에 가입한 170개 점포다. 이 회장은 “2021년 상반기 광고비로 약 840만원을 한꺼번에 즉시 납입하지 않으면 가맹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본사 측에서 통보했다”고 설명했다.이미 계약을 해지 당한 점포도 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근처 지점과 경기도 수원시 지점 등 총 3개 점포다. 계약을 해지당한 점주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프랜차이즈 개업을 준비하거나, 소송 절차를 밟기 위해 가게 문을 닫은 상태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1년8개월 동안 에그드랍 매장을 운영한 심주원 씨는 지난달 31일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본사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심씨는 “본사는 나에게 가맹 해지 사실을 알리기 전날 전국 가맹점에 이 사실을 알렸다”며 “광고비 납부를 거부하면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본사가 나를 본보기로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에그드랍 본사는 운영 방침을 준수하지 않은 지점의 계약을 해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본사는 홈페이지 공지에서 “건대입구 매장은 로열티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경기도 수원 매장은 1등급 무항생제란을 사용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계약을 해지당한 점주들은 본사가 계약 사항을 과대 해석했다고 반박했다, 수원 매장을 운영한 심씨는 “본사가 강매하는 계란 대신 시중에서 유통되는 무항생제란을 썼다”며 “1등급 무항생제란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강제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계약 사항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고·판촉 동의 의무 담은 가맹사업법 국회 제출
아직까지 프랜차이즈 본사가 광고·판촉 행사를 하기 전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을 의무는 없다. ‘광고·판촉 행사 사전 동의제’를 골자로 하는 가맹 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개정안이 통과되면 본사는 가맹점이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판촉 행사를 시행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일정 비율 이상의 가맹점이 가입하고, 공정위에 등록까지 마친 사업자 단체가 본사에 협의를 요청할 경우 협의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가맹 본부가 가맹점주 협의회의 대표성이 없다며 논의를 회피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입법에 속도를 낸다면, 본사의 광고비 부과로 고통받는 가맹점주들의 고통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