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 공매도했다'는 댄 나일스가 사들인 전기차 주식은?

미 중앙은행(Fed)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시작된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관망세 속에 차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 마감 직후로 예정됐던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의 1분기 실적 발표도 관망세에 힘을 실었습니다.

주요 지수는 보합권에서 출발했고 지속적으로 그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다우는 0.01% 올랐지만, S&P 500지수는 0.02% 떨어졌고 나스닥은 0.34% 내린 채 마감됐습니다. 종목별로는 금융 산업 에너지 등 경기민감주들이 다시 강세를 보인 반면, 전날 올랐던 기술주는 약간 후퇴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이날도 장중 사상 최고치(4193.35)를 갈아치웠지만 잘 들여다보면 지난 4월16일(종가 4185.47) 이후 거의 두 주동안 1~2%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예상을 넘는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주가가 별달리 반응하지 않은 탓입니다. 실적은 좋지만 그런 실적을 이미 반영해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물론 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개장 전 실적을 내놓은 UPS는 매출이 전년대비 27% 증가했고, 장 마감 뒤 1분기 실적을 공개한 알파벳은 매출이 34% 늘어났고 주당순이익(EPS)은 26.29달러로 예상치 15.82달러를 대폭 넘어섰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EPS 1.95달러로 예상치 1.78달러를 가볍게 넘겼습니다. 또 스타벅스는 올해 매출이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2021년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기업 실적뿐 아니라 경제 지표도 좋습니다. 이날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1.7로 치솟았습니다. 시장 예상(113.0)을 훨씬 웃돌며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132.6) 이후 가장 높아졌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고용시장 개선, 최근 부양책 수표 등으로 소비자들이 수입 전망을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야외에서는 경기장 등 군중이 모인 곳을 제외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도 실외에선 경우에 따라 마스크 없이 다닐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백신 보급 확대로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자 S&P 500 기업 주식의 95%가 17일째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기록적 수치입니다. 주식 밸류에이션을 위협하던 금리는 이달 들어 연 1.5~1.6% 수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사흘째 올라 연 1.625%에 마감됐습니다. 지난 14일 이후 처음으로 (일부에서 단기 저항선으로 보던) 연 1.61%를 넘은 겁니다. 소비자신뢰지수 등 경제지표가 워낙 좋게 나오고 있는데다 최근 구리, 목재, 유가 등 원자재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리 값은 지난 사흘간 t당 500달러가 급등해 사상 최고치에 300달러 차이로 접근했습니다. 이날 나온 케이스-실러 2월 주택가격지수는 연율 12% 올라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인 2006년 2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집값은 물가를 집계할 때 포함되는 요소입니다. 경제가 좋기 때문에 FOMC에서 예상치 못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을 점치는 베팅도 일부 이뤄졌을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성장과 인플레 상승을 가리키는 지표가 계속 나오는데도 그동안 채권 금리가 너무 조용했다”며 “조금씩 다시 움직일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이날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62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7년물 입찰은 꽤 괜찮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낙찰 금리는 연 1.306%로 입찰 전 1.305%와 거의 비슷했고 응찰률은 2.314배로 전달의 2.230배, 절망스러웠던 지난 2월의 2.045배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지난 2월 7년물 입찰 결과는 당시 금리 폭등세를 촉발했었지요.

28일 오후 2시(한국시간 29일 새벽 3시)에 발표될 4월 FOMC 회의 결과도 별 게 없을 것이란 게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CNBC가 월가 이코노미스트 3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Fed가 아무런 정책 변화를 하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다만 미국 경제에 대해선 좀 더 긍정적으로 진단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응답자들은 테이퍼링이 내년 1월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3월 설문 때보다 시점이 석 달 뒤로 밀렸습니다. Fed의 주장이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응답자의 68%는 Fed가 금융시장 기능을 돕기 위해 자산매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고, 65%는 경제 회복에도 양적완화(QE)가 필요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올해 미국 경제가 6.5% 이상 성장하고 실업률은 4.9%, 인플레이션은 2.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은 2022년 12월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들은 S&P 500 지수가 올해 말 4,250, 2022년 말 450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응답자의 70%는 경제 및 기업 실적 전망에 비해 주식이 과대평가되었다고 답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올해 2%에 근접하고 내년엔 2.4%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4.53% 급락했습니다. 1분기 이익이 급증했지만, 대부분 탄소배출권 판매와 비트코인 매각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난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테슬라에 대해 "중국내 판매가 향후 몇 개월 동안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테슬라는 최근 품질 문제로 중국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테슬라 차량 판매의 30% 이상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는 이날 CNBC에서 "지난해 Fed의 자산은 77% 증가했다. NFT(대체불가능코인)든 뭐든 당신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걸 사기에 좋은 시기였고 값도 올랐다. 하지만 캐나다중앙은행이 테이퍼링을 시작했고 세계 13개 중앙은행이 이미 금리를 올렸다. 이제는 다른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테슬라와 같은 매우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들은 Fed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하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하고 있지만 전기차 산업 전반에는 낙관적"이라며 "테슬라를 사는 것보다 마그나인터내셔널(MGA) 등 전기차의 미래에 베팅 할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테슬라의 인공지능(자율주행) 등을 좋아하는 것이라면 "더 나은 투자전략이 있다"며 구글(알파벳)을 추천했습니다. 나일스는 이밖에 아케고스캐피털의 강제청산 사태로 급락한 바이아컴CBS(VIAC) 주식 등에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너무 많은 혼란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흥미로운 기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