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모든 것, 골프존으로 통한다…"플랫폼으로 퀀텀 점프"

Cover Story - 골프존

IT 접목해 골프 대중화 앞장
2002년 스크린골프 처음 선보여
퇴근후 여가생활로 자리매김
전국매장 5400곳…330만명 가입

종합골프그룹으로 거듭나다
골프장 운영·용품 유통·레슨까지
산업 전반으로 영역 확장
김범준 기자
“박세리가 알리고 골프존이 퍼트렸다.”

한국의 골프는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시작은 박세리였다.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오픈 연장전에서 스물한 살의 박세리가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일부 계층이 즐기던 골프는 국민에게 친근한 스포츠가 됐다. 박세리를 보고 골프에 입문한 ‘박세리 키즈’들은 지금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하지만 골프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다. 장비를 마련하는 것도, 필드에 나가는 것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골프의 문턱을 낮추며 빠르게 확산시킨 것은 스크린골프였다. 날씨와 장소,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쉽고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어났다.

골프존은 스크린골프 시장을 주도해온 주역이다. 2002년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골프존 P’를 처음 선보인 이후 골프존은 스크린골프의 또다른 이름이 됐다. 고도화한 기술과 차별화한 서비스는 스크린골프를 골프와 정보기술(IT), 문화가 어우러진 상품으로 만들었다.

지난 20년간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온 골프존은 이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골프장 예약부터 이동, 개인 코칭 정보,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골프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골프로 쓴 벤처 성공 신화

스크린골프 역사는 골프존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창업자 김영찬 회장(75)이 2000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직원 5명과 함께 시작한 회사는 현재 직원 2000명 규모의 종합 골프그룹 ‘골프존뉴딘그룹’으로 성장했다. 2002년 10억원이던 매출은 창업 20년째였던 지난해 2985억원을 기록했다. 20년 새 매출이 약 300배 증가한 것이다.

첫 출시 당시 공의 방향과 속도만 측정할 수 있었던 시뮬레이터는 스윙 분석 기능을 더하고 실제 골프장을 옮겨놓은 듯한 고화질 영상으로 진화했다. ‘세상에 없던 골프’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30~40대 직장인이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스크린골프는 퇴근 후 즐기는 여가생활로 자리잡았다. 중장년층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에 여성과 젊은 세대도 빠르게 유입됐다.

스크린골프를 통한 친목 모임,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필드 골프와 골프용품 등 골프산업 전반이 활력을 얻었다. 골프존이 스크린골프를 통해 새로운 골퍼의 진입을 유도하고 이들을 다시 필드 골프로 내보내는 골프시장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셈이다.골프존은 스크린을 넘어 골프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코스닥시장 상장 이듬해인 2012년 토털 골프 솔루션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 골프장 운영(골프존 카운티), 골프용품 유통(골프존 마켓), 골프 레슨(GDR아카데미·레드베터 아카데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 목표는 현실이 됐다. 2015년에는 지주사 체제를 갖춰 10개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거느린 종합골프그룹으로 거듭났다.

2020년 기준 전국 5400개의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존 시스템 2만8600대가 가동되고 있다. 골프존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 3월 현재 33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골프 인구가 470만여 명임을 감안하면 골퍼 10명 중 7명이 골프존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골프존 시뮬레이터를 통해 하루 약 12만 라운드, 연간 약 6000만 라운드가 이뤄지고 있다.

김 회장은 미국 골프산업 전문지 ‘골프아이엔씨(Golf Inc)’가 선정한 ‘아시아 골프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명’에 5년째 뽑혔다. 골프아이엔씨는 김 회장에 대해 “골프 대중화와 골프산업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기술력·빅데이터로 연매출 1조 클럽 목표

올해로 창립 21주년, 성년이 된 골프존은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골프존의 핵심 사업인 스크린골프 시스템과 서비스는 지난 20년간 가파른 성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제 국내 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었고 골프산업 구조도 달라졌다. 후발 주자들이 골프존의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스크린골프 시장에 뛰어들면서 1위 사업자로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 박강수 골프존 대표가 제시한 답은 ‘플랫폼 기업’이다.

골프존은 골퍼들의 심리와 행동패턴에 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사가 축적한 기술력, 골프존뉴딘그룹의 노하우를 활용해 골퍼들이 골프를 즐기는 모든 단계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골프존 앱을 통해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골프장 검색, 부킹, 라운드 사전 연습, 골프용품 구입 등 준비부터 라운드 진행 때의 영상 기록, 코스 공략법, 스코어 기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운드가 끝나도 골프존의 서비스는 계속된다. 골프 관련 서비스를 위한 간편결제, 라운드 이후 이용할 맛집, 대리운전을 비롯해 라운드 결과 데이터 분석, 맞춤 레슨 및 영상 추천, 홈트레이닝까지 골프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골프존 관계자는 “기존 골프존 회원 약 330만 명과 함께 골프존 앱으로 유입되는 골퍼들의 골프존 서비스, 제품 구매 및 구독 활동이 활성화한다면 연간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최근 골퍼들의 멘탈 관리와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는 지케어(G-Care) 멘탈플러스를 시작으로 장시간 자외선 노출 차단에 도움이 되는 골퍼용 화장품 브랜드 ‘OKAYY(오케이)’, 골프상품권 등을 선물할 수 있는 지플러스샵(G-Plus Shop) 서비스를 출시했다. 필드에서 뜻깊은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지앨범 서비스도 시작했다.박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골프존뉴딘그룹 계열사들의 서비스를 연계하고 골프장, 골프연습장 등의 제3자 서비스 도입도 확대해 글로벌 골프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