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백신 실험대상인가?"…접종 강제에 경찰들 불만 확산

서욱 국방부장관, 코로나19 격리장병 부실 급식 공식 사과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겉으로는 "강제가 아닌 자유"라고 하지만 면담이나 사유서 제출 등을 통해 사실상 접종을 강요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26일부터 경찰·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 대상 경찰관은 12만970명이다. 19일에 시작한 접종 예약은 29일까지 진행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8일 0시 기준 경찰관의 백신 접종 예약률은 70%대다.하지만 30대 경찰관 사이에서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AZ 백신의 부작용 중 하나인 ‘희귀 혈전’이 주로 젊은층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1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 소속 한 30대 경찰관이 AZ 백신을 접종한 뒤 손과 발이 저리고, 다리가 붓는 증상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지난 12일 백신 접종 뒤 구토와 발열 증세를 보였다. 경찰관 A씨는 “AZ 부작용이 걱정되다 보니 주변 30대 동료들은 대부분 백신 접종 예약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백신 접종은 강제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은다.최근에는 서울 동대문경찰서장이 접종을 강제하는 듯한 공지를 관할 지구대에 보내 논란이 됐다. 동대문서장은 "우리 동대문서는 전 직원이 맞도록 하자"며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경찰관의 특권"이라고 적었다. 이 공지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백신 맞으라고 압박하는 동대문경찰서장'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돼 공분을 샀다.

일부 경찰서는 접종 예약을 하지 않을 경우 서장과 면담하거나 사유서를 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AZ 백신 군인·소방관·경찰 접종 중단 요청'이란 제목의 글에 이날 오후 4시 기준 8000여명이 동의를 눌렀다.

서울 소재 한 일선 경찰관은 "하루에도 몇번씩 백신 예약을 독촉하는 연락을 받는다"며 "사실상 백신을 맞으라는 의미 같다"고 했다.이날부터 30세 이상 장병과 군무원 등 12만6000명도 동의자에 한 해 AZ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한편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논란이 된 코로나19 격리장병의 부실 급식 문제를 공식 사과했다. 서 장관은 "최근 일부 부대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 과정 중에 발생한 격리장병 급식 부실, 열악한 시설제공, 입영장정 기본권 보장 미흡 등 국민 여러본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며 "국방부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군인권센터 등은 휴가에서 복귀해 격리 조치된 병사들에 대한 부실한 급식과 육군훈련소 입소자들의 샤워실 이용 제한 등이 인권침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 공군부대는 난방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폐건물에 병사들을 격리한 것으로 나타났다.서 장관은 "국방부와 각 군은 현재 운용하고 있는 방역관리대책본부의 임무수행체계를 보완하고 현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최단기간 내에 (군 장병) 부모님의 마음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격리장병의 생활여건 등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길성/문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