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개발사, 14세 미만 20만명 정보도 보호자 동의없이 수집

개인정보위 "카톡 대화도 개인정보…동의없이 목적 외 활용"
성적취향 관련 설문응답 저장해 '동의없는 민감정보 수집'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1억330만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받은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개발사는 서비스 개발·운영 과정에서 14세 미만 아동 20여만명의 개인정보를 보호자 동의 없이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은 자사 앱서비스인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이루다의 이용자 가입신청을 받으면서 따로 연령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텍스트앳에서는 4만8천명, 연애의 과학은 12만명, 이루다에서는 3만9천명 가량의 아동 개인정보가 수집됐다.

스캐터앱 측은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인 이루다의 경우 페이스북은 14세 미만의 이용이 불가능해 이용자 연령을 따로 고려하지 않았고,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은 성인의 승인 없이 설치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인정보위는 스캐터랩이 회원가입 서식을 통해 이용자의 성별과 연령을 추가로 수집했음에도 14세 미만 아동을 제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만 14세 미만 아동 개인정보를 수집한 행위와 관련해 개인정보위는 스캐터랩에 모두 2천300만원의 과태료와 2천8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에 행정처분이 내려진 위반내용 가운데 과태료와 과징금 액수가 가장 크다.
개인정보위는 또한 스캐터랩이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화내용에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식별정보 외에 대화를 통해 개인을 알아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인 카카오톡 대화를 스캐터랩이 수집해 이루다 개발·운영에 이용한 것은 당초 정보수집 목적에서 어긋난 것으로 법 위반이라고 개인정보위는 판단했다.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신규서비스 개발' 목적을 포함시켜 동의를 받기는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이용자가 이루다 같은 서비스에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이용되는 것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제한 등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캐터랩은 수집목적 외에 이루다 학습운영에 카카오톡 대화문장을 이용한 것으로 과태료 과징금 780만원을,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정보주체에게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지 않은 행위로는 과태료 320만원을 물게 됐다.

개인정보위는 또한 스캐터랩이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내용 자체는 별도 동의가 필요한 민감정보에 해당하지 않으나 스캐터랩이 연애의 과학 서비스 가운데 성적 취향을 묻는 심리테스트 설문 응답 결과를 이용자별로 저장해 놓은 것은 민감정보 수집에 해당한다고 봤다.

스캐터랩은 성생활 관련 정보 수집 동의를 받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해 과징금 1천950만원이 부과됐다.

이밖에 회원 탈퇴자와 1년 이상 서비스 비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파기하거나 분리·보관하지 않은 것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해 과태료와 과징금 1천80만원씩 내게 됐다. 송상훈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이번 행정처분은 AI 기술 기업의 개인정보처리에 대한 첫 번째 사례로, AI 기술 개발·운영에 개인정보 활용·보호를 어느 부분까지 어떻게 해야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해 쟁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