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깜짝실적'…분기 실적 1조원 첫 돌파

매출 9.6조·영업이익 1.4조

석유화학만 9838억 벌어
고부가제품 수익성 좋아져

'캐시카우' 된 배터리 사업
2분기 이후 원통형 매출도 늘 듯
신학철 "배터리 소재 사업 육성"
LG화학이 지난 1분기에 약 1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시장 예상치인 약 1조원을 훌쩍 넘긴 ‘어닝 서프라이즈’다.

주력인 석유화학과 자동차 배터리 사업 실적이 모두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LG화학이 올해 분기당 평균 1조원 이상, 연간으로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 예상치 1조원 훌쩍 넘겨

LG화학은 올 1분기 매출 9조6500억원, 영업이익 1조408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이전 매출 최대치는 작년 4분기 8조9049억원,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9021억원이었다.
이 같은 실적은 증권사들의 예상치 평균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최근 한 달 새 LG화학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들 평균 추정치는 매출 9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수준이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3.4%, 영업이익은 584% 급증했다.

석유화학 사업이 특히 좋았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70%인 983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사업부의 1분기 매출이 4조4352억원었던 것을 감안하면 영업이익률은 22.1%에 이른다.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이 지역 석유화학 단지가 가동을 멈춰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염화비닐(PVC) 등 LG화학의 주력 제품 마진이 1분기 크게 높아졌다.LG화학의 100%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업은 또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1분기 매출 4조2541억원, 영업이익 3412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 사업 이익률은 8%까지 높아졌다. 만년 적자 사업이었던 배터리가 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캐시카우’가 됐다. 전기차 배터리 판매 물량이 늘면서 불량은 크게 감소했고 고정비는 낮아져 수익성이 좋아졌다.

여기에 첨단소재 사업은 매출 1조1719억원, 영업이익 883억원의 실적으로 힘을 보탰다. 양극재 생산 물량 확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소재의 수요 회복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됐다. 생명과학 부문 매출은 1619억원, 영업이익은 225억원이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은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신성장동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양극재, 탄소나노튜브(CNT) 등 배터리 소재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유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화학 사업 슈퍼사이클 진입 기대도

LG화학의 향후 실적 개선은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 달려 있다. 1분기 가동을 멈췄던 텍사스 지역 화학단지 가동이 2분기 재개된 이후에도 ABS, PVC 등 주요 제품 가격이 탄탄한 흐름을 보인다면 화학업계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에틸렌, 프로필렌 등 그동안 오르지 않았던 제품까지 상승하면 이익 증가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 2분기에는 전남 여수 제2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과 라텍스 장갑의 원료인 NBL, 배터리 소재 CNT 등 고부가가치 제품 설비 가동이 예정돼 있어 매출은 더 늘고, 수익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 수익성이 얼마나 더 좋아질지도 관심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배터리 판매로 이익을 내는 LG에너지솔루션은 이익률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중이 크지 않았던 원통형 배터리 매출이 2분기 이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내 전기차 업체들은 속속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추가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LG에너지솔루션의 연내 기업공개(IPO) 계획에도 탄력이 붙게 된다.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