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산정기준 공개에도…'깜깜이 가격' 불만은 여전

공동주택 공시가격 공개

계산식·현실화율 등 빠져
같은 동·층도 공시가 제각각
정부가 29일부터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했다. 하지만 ‘깜깜이 공시가격’이라는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부터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산정 기초자료는 △공시가격 △주택특성자료 △가격참고자료 △산정의견 등이다. 주택특성자료에는 교육시설, 공공·편익 시설, 교통시설 등 주변 환경 정보와 가구 수, 용적률 등 단지 및 가구 특성 등이 담겨 있다. 가격참고자료에는 해당 단지 및 인근 주택의 실거래 사례와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부동산테크’가 정한 시세 정보(상한가·하한가) 등이 포함됐다.문제는 산정 기초자료가 집주인들이 찾아볼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기초자료에 포함된 정보들이 실제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계산식이나 개별 주택 현실화율 등이 빠져 있다.

같은 동과 층인데도 공시가격이 서로 다르게 나오는 등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은 104동 1401~1406호가 모두 전용면적 114.39㎡로 구성돼 있다. 1401~1405호는 올해 공시가격이 9억1000만원으로 종합부동산세 대상(1주택자 기준 9억원)에 포함됐다. 반면 1406호의 공시가격은 8억9100만원으로 종부세를 피했다. 산정 기초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차이점은 전년도 공시가격(1401~1405호 7억700만원, 1406호 6억9300만원)뿐이다. 중계동 A공인 관계자는 “산정 기초자료는 인근 중개업소에 전화만 해도 알 수 있는 상식 수준이어서 왜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향(向) 차이로 종부세 희비가 엇갈린 사례도 있었다. 성동구 금호동4가 ‘대우아파트’ 107동 301호와 304호의 전용은 114.71㎡로 같다. 하지만 301호는 올해 공시가격이 9억500만원으로 종부세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304호는 공시가격 8억6600만원으로 대상에서 빠졌다. 산정 기초자료에 따르면 301호가 동향, 304호가 남향으로 배치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지방에서도 ‘고무줄 공시가격’이 적용된 단지가 확인됐다. 부산 수영구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남천동 ‘삼익비치’의 308동 1201호(전용 84.83㎡) 공시가격은 10억8400만원이다. 같은 주택형인 1202~1207호의 공시가격(9억6700만원)과 비교하면 1억1700만원이나 높다.

전문가들은 개별 주택 현실화율 등 추가적인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의견제출 수용 건수가 전체의 5% 수준에 머문 데다 기대를 모은 산정 기초자료도 두루뭉술한 서술에 그쳤다”며 “세금 폭탄을 맞은 집주인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도 산정 기초자료 보강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산 및 인력 등이 한정돼 1400만 가구가 넘는 공동주택의 산정 기초자료의 완성도를 단기간에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