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을 밟는 순간 살아있다. 뜨겁게

Cover Story

로드 바이크의 세계
자전거만큼 인간을 능동적이게 만드는 도구가 또 있을까. 바람과 물살만으로도 흘러가는 배나 엔진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는 사람이 페달을 밟지 않으면 단 1㎝도 움직이지 않는다.

자전거는 또 정직하다. 페달을 많이 밟으면 더 멀리, 빠르게 밟으면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간다. 자전거는 인간의 ‘성실함’도 시험한다. 한번 자전거를 타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페달을 멈추는 순간 몸도 자전거도 쓰러지고 만다.20년 전만 해도 자전거는 우리에게 신문을 구독하면 주는 사은품 정도로만 인식됐던 게 사실이다. 산업화와 문명의 발전으로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다른 교통수단들에 밀렸던 탓이다.

2010년대 들어 전국에 자전거도로가 확산되고, 전문 선수들이 타는 것으로 여겨지던 로드(도로용) 자전거가 일반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동네 한 바퀴 정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무거운 철제 자전거는 점차 수백㎞를 단번에 다닐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진 카본 파이버(탄소섬유) 자전거로 변신했다. 자전거 무게 1㎏을 줄이기 위해 수백만원을 쓰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전거는 더 이상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나 수영처럼 오직 내 힘으로 얼마나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지를 증명하게 해주는 고급 이동수단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자전거의 인기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일상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되자 사람들은 답답하고 북적거리는 실내 대신 탁 트인 야외 공간으로 떠나길 갈망했다. 그런 이유로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 이들은 “차를 탔을 때 무심코 지나치던 자연의 소소한 풍경들과 바람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목적지가 끝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모든 과정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자전거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자전거를 사라. 살아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찬했다. 기분이 울적하고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또 삶에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아보자. 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발을 구르며, 팔로 핸들을 지탱하며 느끼게 될 것이다. 자전거야말로 내가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이동수단이라는 것을.

은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