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터질 듯한 고통 뒤에 맛본 해방감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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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축구나 야구와 달리 한국에서 사이클 중계를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끔씩 해외 스포츠 채널에서 중계해도 규칙이나 코스 정보가 부족해 흥미가 반감된다.
이경훈 사이클 해설위원의 덕업일치
누구나 타는 자전거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수년 전부터 세계적 사이클대회 해설과 자전거 및 장비 트렌드를 알려온 이가 있다. 사이클 해설위원 이경훈 씨(36·사진)다.그의 블로그에는 각종 대회 결과 및 전망, 첨단 사이클 장비 리뷰가 가득하다. 이 때문에 자전거 덕후 중 ‘피기’(이 위원의 블로그 닉네임)를 모르면 진짜 자전거 덕후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는 2006년부터 로드 사이클을 본격적으로 타면서 비전문 동호인 대회까지 출전하기 시작했다. 마침 전문 선수 출신 감독이 동호회를 지도하면서 사이클 경기 전술인 치고 나가기, 추격 등을 배웠다.
인터넷 방송으로 해설을 시작한 뒤 그의 이름은 자전거 동호인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투르 드 프랑스, 투르 드 코리아 등 각종 유명 대회에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해설가인 동시에 열성 사이클리스트답게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자전거 성지로 불리는 유럽의 코스들을 직접 달렸다. 그가 꼽은 최고의 코스는 프랑스 남동부 갈리비에다. 해발 고도가 2642m로 3주 동안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종합우승의 향배를 가늠하는 코스로 유명하다. 이곳은 보통 대회 후반에 편성된다. 보름 이상의 레이스로 지친 선수들 체력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서다. 이 위원은 “수목한계선보다 위로 올라가 마주친 황량하면서도 뻥 뚫린 풍경을 잊을 수 없다”며 “체력이 고갈되는 고통 속에서 맛본 해방감은 사이클로만 얻을 수 있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해외를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얼마든지 자전거 여행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기차, 비행기, 자동차 같은 이동수단을 이용하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그저 점으로 이어지지만 자전거를 타면 목적지까지의 모든 풍경을 마음에 담아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