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방울·김홍도 마지막 그림…눈을 뗄 수 없는 '국보급 문화유산'

국보 14점·보물 46점…예술·사료적 가치 높은 고미술품

금동보살삼존입상·법화경
삼국시대 귀족의 장식용 칼
시대 망라한 다양한 유물 눈길

"국립중앙박물관 위상 높아져"
김홍도 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지난 28일 고인이 수집한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가 기관에 기증하면서 세계적 명화와 걸작들을 국내 미술관, 박물관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 회장의 기증품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모네, 샤갈, 달리를 비롯한 거장들의 명작 등 다방면에 걸친 걸작이 포함돼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해 발표 당일 한정된 지면에 싣지 못했던 명작들을 3개 면에 걸쳐 지상갤러리 형태로 소개한다.

송나라의 문인 구양수는 깊은 밤 책을 읽다 소리가 나자 동자에게 밖을 살피라고 했다. 밖으로 나간 동자는 말했다. “별과 달이 환히 빛날 뿐 사방에 인적은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죽음을 앞둔 단원 김홍도는 노년의 비애와 허무함을 이 일화에 담아 붓을 휘둘렀다. 단원이 가을밤의 스산한 분위기를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낸 생애 마지막 작품인 보물 제1393호 ‘추성부도’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 (국보 235호)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추성부도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등 고미술품 2만1600점이 국립중앙박물관의 품에 안겼다. 이 중 국보가 16점, 보물은 46점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은 고미술품 중에서도 앞으로 다시 심의를 받아 지정될 만한 작품이 무수히 많다”고 평가했다.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 제134호)
조선시대 걸작 회화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굵직한 불교 유물들이다. 삼국시대 불상인 금동보살삼존입상(국보 제134호)이 대표적이다.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는 현존 고려불화 중 천수관음보살을 그린 유일한 작품이다. 감지은니묘법연화경(국보 제234호)은 삼국시대 이래 한반도에 가장 많이 유통된 불교 경전인 법화경을 옮겨 쓴 책으로, 7권이 모두 갖춰져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은 고려 말 감지에 금가루로 쓴 불교 경전이다.
청자상감모란문발우 및 접시 (보물 제1039호)
값을 매길 수 없는 도자기 유물들도 기증품에 포함됐다. 청자 상감모란문 발우 및 접시(보물 제1039호)는 고려시대 만들어진 발우(鉢盂), 즉 불교에서 사용하던 식기와 접시 등 유물이다. 모란과 번개무늬, 꽃모양 덩굴무늬가 세밀하게 묘사돼 있어 가치가 높다. 분청사기 음각 수조문 편병(보물 제1069호)은 조선시대 도자기 유물 가운데서도 최고 중 하나로 꼽힌다. 반추상적인 무늬가 일품이라는 평가다.
전 덕산 청동방울 일괄 (국보 제255호)
청동시대 생활공예품인 전 덕산 청동방울 일괄(국보 제255호), 삼국시대 고위 귀족의 장식용 칼인 환두대도(보물 제776호)도 빼놓을 수 없는 유물이다.
환두대도(보물 제776호)
박진우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은 “이번 기증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컬렉션에 부족하던 부분들이 대부분 보완됐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