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갈린 옛 통진당 국회의원·지방의원…법정서 욕설(종합)

대법 "의원 역할서 본질적 차이"…위헌정당 의원직 상실 첫 판례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29일 의원직 유지 소송 상고심에서 상반된 판결을 받았다.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효과로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 여부를 놓고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 국회의원·지방의원 판결 엇갈려…역할 차이가 원인
대법원 3부는 이날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 상실 처분을 받은 옛 통진당 국회의원들에게 '지위 회복 불가' 판결을 내렸으나, 지방의원들에는 '지위 유지' 판결을 각각 선고했다.

양측 모두 2014년 12월 헌재의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의원직 상실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엇갈린 확정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헌재의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을 근거로 소속 국회·지방의원의 직을 박탈할 수 있는지였다.

헌재는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을 함께 선고했다.

이에 통진당 측은 명확한 헌법·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이날 상반된 결론이 도출된 근거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역할과 헌법·법률상 지위의 차이를 들었다.

국회의원의 경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관여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정치 활동을 막은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의 취지상 의원 활동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지방의원은 주 역할이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처리라는 점에서 위헌 정당 해산 결정과 바로 연결 지을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헌재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국회의원의 지위를 박탈했지만 지방의원에 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은 점도 상반된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법적 효과는 법원이 판단해야"
이날 재판은 판결 선고 '주문'뿐만 아니라 판결의 이유 '설명'에도 관심이 쏠렸다.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를 법원이 심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1심과 2심이 각각 상반된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1심은 헌재의 국회의원직 상실 선고는 비록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도 헌재의 헌법 해석·적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법원의 심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청구를 각하했다.

반면 2심은 국회의원직 상실에 대해서는 헌법·법률 모두에 규정이 없어 '헌재 결정에 따른 효과'로 보고 법원이 판단할 몫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려야 하지만 통진당 의원들만 항소한 재판에서 이들에게 더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각하 판결의 효과를 유지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처럼 '청구 기각'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헌법과 법률의 해석·적용은 법원에 있으며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법적 효과에 관한 사항을 판단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사건을 심리했다.

그러면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효과로 위헌 정당 소속 국회의원은 그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2심과 마찬가지로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를 법원이 심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효과로 위헌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는지 여부에 대한 일반 법리를 처음으로 판시했다"고 밝혔다.
◇ 법정서 욕설한 통진당 전 의원들
통진당 의원들이 제기한 의원직 지위 확인 소송은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 사건에도 등장했다.

법원행정처가 대법원과 경쟁해 온 헌재를 견제하기 위해 '각하'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은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달 열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옛 통진당 국회의원들은 이날 법정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뒤 거세게 항의해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상고심 선고 공판에는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을 제외한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 전 의원 등이 출석했다. 오 전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재판부가 선고 후 퇴정하려 하자 "너희가 대법관이냐"라며 욕설을 했다가 법원 보안관리 대원에 이끌려 법정 밖으로 쫓겨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