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초대받은 韓…'민주주의 모임' D10 자동가입?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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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G7 회의 내내 얌전하더니 내가 없어지니까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을 했다. 매우 부정직하고 유악한 사람이다.”
2018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당시 주최국이었던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장벽을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이 트윗을 올립니다. 사진은 당시 회담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같은 모습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이외에는 나온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G7 정상회의는 다자(多者) 정상회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상들이 같이 축구를 관람하거나 작은 테이블에서 격론을 벌이는 등 격의없이 회담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선진국 정상 사교모임’입니다. 오랜 시간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를 열망해온 한국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구상하는 D10의 회원국은 기존의 G7에 한국·호주·인도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올해 G7에 초청된 4개국 중 남아공을 제외한 모든 나라입니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함께 ‘초대장’을 쥐어든 호주와 인도는 모두 쿼드 가입국입니다. D10이 또 하나의 반중(反中)전선으로 변모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이 중 확대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해지는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앞서 두 전임 한국 대통령을 옵서버로 초청하는데 앞장섰던 일본이 확대에는 반대하는 입장에 앞장선 것입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G7 확대 구상을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에 “한국 참가를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한 화해를 우선시하며 친중(親中)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가 뒤따랐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밖에도 한국이 G7에 참여할 경우 아시아 유일의 회원국이라는 일본의 이점이 사라질 것도 우려합니다. 파이가 커지는 만큼 영향력은 줄 것이라는 분석이죠. 사실 더 큰 문제는 정작 당사자인 한국 정부도 D10 가입에 마냥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G7은 가뜩이나 친미(親美)·서방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D10으로의 확대는 반중이라는 목적이 너무나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쿼드 확대 구상에도 ‘전략적 모호성’을 이유로 들며 애써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D10에 가입하게 되면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G7은 이미 2019년 공동성명에서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2047년까지 보장하기로 약속한 일국양제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아 중국의 거센 반발을 받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에 ‘민주주의’라는 가치까지 담아 모임이 개편된다면 매년 공동성명에 인권, 민주주의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핵심 타깃은 중국이 가장 유력하죠.외교가에서는 한국에 선택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D10 참여 요구를 거부해도, 수락해도 미·중 양국 중 한 곳의 반발은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방향이 어찌됐든 선택은 비용을 불러옵니다. 마냥 미뤄둘 수만은 없는 이 문제를 두고 오랜만에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한국의 외교력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송영찬 기자
2018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글입니다. 당시 주최국이었던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장벽을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이 트윗을 올립니다. 사진은 당시 회담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같은 모습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이외에는 나온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G7 정상회의는 다자(多者) 정상회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상들이 같이 축구를 관람하거나 작은 테이블에서 격론을 벌이는 등 격의없이 회담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선진국 정상 사교모임’입니다. 오랜 시간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를 열망해온 한국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G7 + 韓·호주·인도 = D10?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오는 2일 영국으로 출국합니다. 2021년 G7 정상회의에 한국이 초청되며 그에 앞선 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7개 회원국 외에도 올해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호주·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이 회의에 참가합니다. 사실 한국이 G7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당시 의장국이었던 일본의 초청으로 호주와 함께 옵서버로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인해 사실상 강제 탈퇴 당한 러시아가 참여해 G8이던 시절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의장국을 맡은 일본의 초청을 받았지만 아프리카 순방 일정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G7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기도 했죠.초청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도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G7 참석에는 유독 관심이 쏠립니다. 바로 한국을 포함하는 G7 확대 방안이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G7을 민주주의 10개국(D10)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해 ‘아시아 차르’라는 별명이 붙은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 1월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경제와 군사 영역을 나눠 투트랙으로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군사 영역이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 경제 영역이 D10입니다.미국이 구상하는 D10의 회원국은 기존의 G7에 한국·호주·인도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올해 G7에 초청된 4개국 중 남아공을 제외한 모든 나라입니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함께 ‘초대장’을 쥐어든 호주와 인도는 모두 쿼드 가입국입니다. D10이 또 하나의 반중(反中)전선으로 변모할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韓 두번이나 초청했던 日, 이제는 "확대 반대"
물론 G7을 D10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만의 의지로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G7은 그동안 주요 문제를 만장일치로 결정해왔습니다. 기존의 7개 회원국 중 하나라도 반대한다면 확대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이 중 확대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해지는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앞서 두 전임 한국 대통령을 옵서버로 초청하는데 앞장섰던 일본이 확대에는 반대하는 입장에 앞장선 것입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지난해 G7 확대 구상을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에 “한국 참가를 반대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한 화해를 우선시하며 친중(親中)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가 뒤따랐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밖에도 한국이 G7에 참여할 경우 아시아 유일의 회원국이라는 일본의 이점이 사라질 것도 우려합니다. 파이가 커지는 만큼 영향력은 줄 것이라는 분석이죠. 사실 더 큰 문제는 정작 당사자인 한국 정부도 D10 가입에 마냥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G7은 가뜩이나 친미(親美)·서방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D10으로의 확대는 반중이라는 목적이 너무나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미국의 쿼드 확대 구상에도 ‘전략적 모호성’을 이유로 들며 애써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D10에 가입하게 되면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G7은 이미 2019년 공동성명에서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2047년까지 보장하기로 약속한 일국양제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을 담아 중국의 거센 반발을 받은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이름에 ‘민주주의’라는 가치까지 담아 모임이 개편된다면 매년 공동성명에 인권, 민주주의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핵심 타깃은 중국이 가장 유력하죠.외교가에서는 한국에 선택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D10 참여 요구를 거부해도, 수락해도 미·중 양국 중 한 곳의 반발은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방향이 어찌됐든 선택은 비용을 불러옵니다. 마냥 미뤄둘 수만은 없는 이 문제를 두고 오랜만에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한국의 외교력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송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