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이 흩어지는 '이건희 컬렉션'…도쿄 한복판 '고흐 해바라기' [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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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술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작품이 거래되고,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 측면에서 첫손에 꼽는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의 대표작은 총 7점이 제작됐다고 하는 연작 시리즈 '해바라기'입니다. 이 중 한 점이 이웃 나라 일본의 수도 도쿄 한복판에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교통 중심지인 JR신주쿠역 서쪽 출입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는 'SOMPO미술관(SOMPO美術館)'이 이 대작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입니다. '거품경제'가 절정을 이루던 1987년 야스다화재(현 손보재팬·損保ジャパン日本興亜)가 당시 회화사상 최고가인 2250만 파운드(당시 환율 53억엔)에 산 작품입니다. 최종 구매금액은 각종 수수료를 포함해 당시 58억 엔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일본의 '화려한 과거'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꼽히기도 합니다.이 작품은 고흐의 7개의 해바라기 중 5번째로 그려진 작품으로 1888년 제작됐습니다.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된 그의 대표작 '노란 배경의 해바라기'를 완성한 뒤 그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고흐의 해바라기는 총 6점이 현존하는데 소실된 1점도 2차 대전 이전 일본에서 구입해 보관하다가 전쟁 중 공습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손보재팬이 고흐 작품을 구입할 당시에 비하면 사세도 크게 기울었고, 국제 미술시장에서 일본의 위상도 예전만 같지 못하지만, 도쿄 시민들은 고흐의 걸작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두 눈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습니다.고흐의 해바라기는 오랫동안 손보재팬 본사 건물 42층에 있던 '도고세이지미술관'에 상설 전시돼 있었는데요 지난해 7월 'SOMPO미술관'으로 본사 건물 바로 옆에 6층짜리 별도 건물로 독립했습니다. 이 미술관은 '해바라기' 외에도 폴 세잔의 '사과와 냅킨', 폴 고갱의 '아리스칸의 가로수로' 등을 포함한 630여 점의 서양 미술 주요 작품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피에르 르누아르의 '목욕하는 여인' 등 인상파 주요 작품도 같이 볼 수 있습니다.도쿄에는 1900년대 초 프랑스 파리 등에서 모네, 르누아르,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한 '마쓰가타 컬렉션'을 기반으로 구축된 국립서양미술관(우에노 소재)이나 현대 세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한 국립신미술관(롯폰기 소재) 같은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국공립 미술관이 즐비하지만 'SOMPO미술관' 같은 민간 컬렉터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민간 미술관들도 다수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컬렉션 문화'는 어제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이 '이건희 컬렉션' 중 대부분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키로 한 조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우선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컬렉션'이 '컬렉터'의 의중이 반영된 채로 온전한 형태로 남아 전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컬렉션은 '집합'을 뜻하는 말 자체대로 수집가가 작품을 수집한 맥락이 중요합니다. '모여있다'라는 것이 핵심이란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회장의 유족들이 28일 고인이 수집한 고미술품과 근현대 미술품 등 ‘이건희 컬렉션’ 중 대부분(2만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면서 작품 상당수가 흩어지게 됐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이 당대가 아닌 2대에 걸쳐 이뤄진 유례없는 사례라는 것을 고려하면 한 곳에 오롯이 모아 전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이건희 컬렉션' 중 일부 한국인 작가 작품들은 지역 작가 연고지 미술관에 기증된다고 합니다.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에 각각 수십여 점의 작품이 넘어가는 것인데요. 국립현대미술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작품 수집에 이바지한 바가 하나도 없는데도 대규모로 작품을 보유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지방 미술관들도 손 안 데고 보유 작품 목록을 늘렸습니다. 과연 이렇게 공짜로 얻은 작품들이 어떤 스토리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마지막으로 일본의 대형 미술관들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일반 대중의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핵심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이 아닌 과천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이번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해 부족함을 남긴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화 수도'라는 서울에 번듯한 미술관 하나 없다는 게 적잖게 아쉬운 상황입니다.
김동욱 기자
일본 도쿄의 교통 중심지인 JR신주쿠역 서쪽 출입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는 'SOMPO미술관(SOMPO美術館)'이 이 대작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입니다. '거품경제'가 절정을 이루던 1987년 야스다화재(현 손보재팬·損保ジャパン日本興亜)가 당시 회화사상 최고가인 2250만 파운드(당시 환율 53억엔)에 산 작품입니다. 최종 구매금액은 각종 수수료를 포함해 당시 58억 엔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일본의 '화려한 과거'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꼽히기도 합니다.이 작품은 고흐의 7개의 해바라기 중 5번째로 그려진 작품으로 1888년 제작됐습니다.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된 그의 대표작 '노란 배경의 해바라기'를 완성한 뒤 그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고흐의 해바라기는 총 6점이 현존하는데 소실된 1점도 2차 대전 이전 일본에서 구입해 보관하다가 전쟁 중 공습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손보재팬이 고흐 작품을 구입할 당시에 비하면 사세도 크게 기울었고, 국제 미술시장에서 일본의 위상도 예전만 같지 못하지만, 도쿄 시민들은 고흐의 걸작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두 눈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습니다.고흐의 해바라기는 오랫동안 손보재팬 본사 건물 42층에 있던 '도고세이지미술관'에 상설 전시돼 있었는데요 지난해 7월 'SOMPO미술관'으로 본사 건물 바로 옆에 6층짜리 별도 건물로 독립했습니다. 이 미술관은 '해바라기' 외에도 폴 세잔의 '사과와 냅킨', 폴 고갱의 '아리스칸의 가로수로' 등을 포함한 630여 점의 서양 미술 주요 작품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피에르 르누아르의 '목욕하는 여인' 등 인상파 주요 작품도 같이 볼 수 있습니다.도쿄에는 1900년대 초 프랑스 파리 등에서 모네, 르누아르, 마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한 '마쓰가타 컬렉션'을 기반으로 구축된 국립서양미술관(우에노 소재)이나 현대 세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소장한 국립신미술관(롯폰기 소재) 같은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국공립 미술관이 즐비하지만 'SOMPO미술관' 같은 민간 컬렉터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민간 미술관들도 다수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의 '컬렉션 문화'는 어제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이 '이건희 컬렉션' 중 대부분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키로 한 조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우선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컬렉션'이 '컬렉터'의 의중이 반영된 채로 온전한 형태로 남아 전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컬렉션은 '집합'을 뜻하는 말 자체대로 수집가가 작품을 수집한 맥락이 중요합니다. '모여있다'라는 것이 핵심이란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회장의 유족들이 28일 고인이 수집한 고미술품과 근현대 미술품 등 ‘이건희 컬렉션’ 중 대부분(2만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하면서 작품 상당수가 흩어지게 됐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이 당대가 아닌 2대에 걸쳐 이뤄진 유례없는 사례라는 것을 고려하면 한 곳에 오롯이 모아 전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이건희 컬렉션' 중 일부 한국인 작가 작품들은 지역 작가 연고지 미술관에 기증된다고 합니다.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강원 양구 박수근미술관, 제주 이중섭미술관에 각각 수십여 점의 작품이 넘어가는 것인데요. 국립현대미술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작품 수집에 이바지한 바가 하나도 없는데도 대규모로 작품을 보유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지방 미술관들도 손 안 데고 보유 작품 목록을 늘렸습니다. 과연 이렇게 공짜로 얻은 작품들이 어떤 스토리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마지막으로 일본의 대형 미술관들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일반 대중의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핵심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이 아닌 과천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이번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해 부족함을 남긴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화 수도'라는 서울에 번듯한 미술관 하나 없다는 게 적잖게 아쉬운 상황입니다.
김동욱 기자